헌법학자 6명의 내란재판부 판단은…위헌4, 합헌1, 실기1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6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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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재판부 구성, 사법독립 침해” 다수
합헌론은 “재판 주체 정하는 건 입법사항”
“위헌 아니지만 초기에 논의됐어야” 의견도

헌법재판소.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사법부 독립과 사법권을 침해하는 위헌 법률”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 중인 상황에서 중앙지법 산하에 내란전담재판부를 꾸리면 국회의 개입으로 새 재판부에 사건을 재배당하게 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 헌법학자 6명 중 4명 “법 앞의 평등 무너뜨려…위헌 소지 커”

동아일보가 16일 인터뷰한 헌법학자 6명 중 4명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해 헌법으로 규정된 사법권과 법관 임명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큰 법률이란 의견을 냈다. 법원은 사건을 배당할 때 사법부 고위직도 관여할 수 없도록 ‘무작위 전산배당’을 해왔다. 그런데 이 법은 무작위 배당 시스템을 깨고 이미 특정 재판부가 재판 중인 윤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 국회가 법관을 추천해 새 재판부를 꾸리도록 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는 “특정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는 것 자체가 사건 당사자들에 유리 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법부에서 무작위 배정을 해온 것”이라며 “이런 원칙을 깨면 법앞의 평등이라는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의 주체인 재판부를 정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며 “현재 재판 중인 재판부를 배제할 목적으로 특별재판부를 형성하는 건 헌법이 정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도 “특정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를 입법부가 만들겠다는 시도로 사법권을 정면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이 ‘각급 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고 한 것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룰인 각급 법원의 조직체계를 정하라는 것이지 특정 사건 재판부를 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재판부로부터 사건을 빼앗아 인위적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사법권 침해”라며 “보수적인 법관 3명을 집어서 이재명 대통령 사건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겠다고 하면 합헌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앞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1997년 4월 “개별사건에 관해 재판할 법관을 선임함으로써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건 어느 쪽으로부터 그런 조작이 행해지는가에 관계없이 회피돼야 한다”며 “그에 의해 사법의 독립이 지켜지고 법원의 불편부당성 및 공공의 신뢰가 달성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2009년 군사법원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군사법원의 조직, 권한, 재판관 자격을 일반법원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아무런 한계 없이 입법자의 자의에 맡겨질 수는 없는 것”이라며 “사법권 독립 등 헌법의 근본원리에 위반되거나 평등권, 신체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1985년 유엔총회 결의로 승인된 ‘사법부 독립 기본원칙’에도 ‘판사가 속한 법원 내에서의 사건 배당은 사법 행정의 내부 사안’이라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위헌성 있어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
“법 앞의 평등이란 평등권, 사법부의 독립 침해”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
“진행 중인 사건을 뺏어 인위적으로 재판부를 다시 구성하는 건 사법부 독립 침해”
김승대 부산대 로스쿨 교수
“특정 재판부 배제 목적으로 특별재판부 꾸리는 건 명백한 사법권 침해”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
“특정 사건의 재판부를 입법부가 만들겠다는 건 사법권 침해”
위헌성 없어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입법자의 판단 영역이지만 초기에 논의했어야”
노희범 변호사
“누가 어떤 사건 재판할지 정하는 건 입법 사항”

● “입법자의 판단 영역” 합헌 의견도

반면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법안이 헌법에 어긋난 건 아니란 의견도 있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내란 종식이란 특정한 목적하에 사건 배당과 관련한 법률을 만들겠다는 것이기에 입법자의 판단 영역”이라며 “다만 초기에 논의됐다면 모르지만 지금 전담재판부 논의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정책적으로 실기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사법부의 독립이란 외부에서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관여해선 안 되고, 법관 아닌 사람이 재판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법원 조직, 누가 어떤 사건을 재판할지 정하는 건 입법 사항”이라고 했다. 이는 서울중앙지법 산하에 지식재산권 전담 재판부 등이 꾸려져 있는 만큼 ‘내란전담재판부’ 구성도 문제가 없다는 민주당 주장과도 맞닿아있다.

다만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낸 헌법학자 4명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 명예교수는 “전담재판부는 비슷한 사건이 계속 반복될 때 존속시킬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내란 혐의 사건은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 쿠데타 이후 처음 발생했고, 이 사건 처리 이후에 해당 전담재판부는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결국 내란 사건 처리를 위한 특별재판부인 것”이라고 했다.

‘내란특별재판부’처럼 특정인, 특정 사건을 처벌하기 위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려면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1960년대 제2공화국 시절 3·15 부정선거에 가담한 인물들을 처벌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했는데, 이때도 위헌논란이 불거지자 아예 헌법을 개정한 전례가 있다.

● “한국판 ‘스타 챔버’ 우려도”

법조계에선 ‘내란특별재판부’가 현실화될 경우 왕권 강화 도구로 남용돼 불공정 재판의 대명사로 불리는 영국의 ‘스타 챔버(Star Chamber·성좌 재판소)’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타 챔버는 1487년 영국 헨리 7세가 자신의 자문관을 동원해 재판부를 꾸린 뒤 웨스트민스터 궁전에 있는 천장에 별이 그려진 방 안에서 재판을 열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초기엔 귀족이나 유력자 등 일반적인 법정에선 처벌하기 어려웠던 사건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왕실 정치를 강화하기 위해 특정인을 숙청하기 위해 남용돼 부패한 법정으로 변질돼 1641년 폐지됐다.

이밖에도 국회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할 경우 재판 결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공정 재판’을 주장하며 승복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내란특별재판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법원행정처는 국회를 상대로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나왔다. 차 교수는 “사법부의 독립이 침해됐다는 이유 등으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면서 (위헌 법률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낼 수 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 피고인들도 “위헌법률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헌재에 제청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되면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법원의 재판이 정지되는 만큼 ‘내란 혐의’ 피의자들의 재판도 지체될 수 있어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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