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관에서 ‘법률가의 길-헌법소원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25.9.10/뉴스1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권력에 서열이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을 한 번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 우위 논쟁’ 관련 질문에 대해 “우리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이어야 한다. 헌법 조항에 근거해 주장을 펼치시면 논의가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는 대화의 주체가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아꼈다.
최근 ‘권력 서열’을 언급한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 국민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과 간접 선출 권력”이라며 “국민주권 의지가 발현되는 장치가 정치다. 사법이란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도 15일 “국회가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 되는 게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했다. 이를 놓고 선출 권력인 대통령이 임명 권력인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삼권분립을 흔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 전 대행은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헌법에 따라 만든 기관”이라며 “사법부의 권한은 헌법에서 주어진 권한이기 때문에 행정부와 입법부를 불편하게 하더라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 문제를 사법부에 가져오면 판결이 정치적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며 “왜 정치 문제를 다 사법부에 가져오느냐고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 논의에 대해 그는 “사법 개혁 역사에서 사법부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사법부가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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