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단체 민초결사대가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일대에서 ‘혐중’ 집회를 열고 행진을 벌였다. 경찰이 전날 집회 출발지를 대림역 10번 출구 대신 4번 출구로 제한 통고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도로에 모여 각종 구호를 외치며 반중 성격의 시위를 이어갔다.
서울경찰청은 전날(16일) 이주인권단체인 이주민센터 친구 측의 요청과 상인 피해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당초 신고된 대림역 10번 출구 대신 4번 출구부터 행진이 가능하도록 제한 통고했다. 경찰은 4번 출구가 상점가에서 6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어 주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민센터 친구는 “대림동은 이주민 이웃들의 주거지역으로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 이주노동자들이 다니는 곳”이라며 “주민들이 특정 정체성을 이유로 혐오 구호를 듣게 된다면 인간의 존엄이 훼손된다”며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집회 제한 통고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50명이 모였다. 중·노년층이 주를 이뤘으나 일부 20~30대로 보이는 이들도 섞였다.
현장에서는 “짱깨냐, 집에 가라”는 고성과 함께 ‘중국인 투표권’ ‘화교 특혜 자국민 역차별’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 등장했다. 미국 보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를 지지하는 대형 깃발도 눈에 띄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행인들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사진을 찍던 시민에게는 “우리도 채증하겠다”며 맞서 사진을 찍는 장면도 연출됐다.
일부 참가자는 경찰에게 고성을 지르며 실랑이를 벌였고, 경찰은 행인 통행로 확보를 위해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인간 띠를 만들었다. 이날 경찰은 기동대 5개 중대, 약 300~400명 규모의 경력을 배치했다.
집회 현장을 마주친 행인들은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김모(54)씨는 “중국인 나가라더니 이재명 욕도 하고 시위 목적을 모르겠다.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중국 동포라고 소개한 김모(54)씨도 “중국 동포들도 똑같이 세금을 내고 생활하는데, ‘짱깨들 물러가라’고 대응하는 것은 속상하기도 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국 동포가 한국에 80만명이나 사는데 한국 사회도 다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한다”며 “요즘 경기도 어려운데 이런 집회로 상인 피해와 마찰이 생길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집회 신고 장소였던 대림역 10번 출구는 한적한 일상이 이어졌지만 4번 출구 인근은 번잡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 7시50분께 시위대가 문래근린공원 방면으로 행진하며 정리됐다.
앞서 민초결사대는 지난 12일 서울 명동에서도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남대문경찰서는 관광객 피해와 충돌 우려 등을 이유로 명동 진입 금지와 ‘마찰 유발 행위 금지’ 제한 통고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관광객을 겨냥한 폭언과 피켓 시위가 한국 이미지를 실추한다”며 집회 금지를 요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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