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수상 대중교통 운항 시작
인파 몰리며 선착장에 긴줄-항의
흔들림 적고 소음 크지 않다는 평가
마곡∼잠실 일반노선 127분 걸려… “출퇴근 하려면 배차간격 줄여야”
18일 오전 첫 운항을 시작한 한강버스(왼쪽 사진)를 타기 위해 시민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에서 줄을 서고 있다. 한강버스는 마곡∼잠실 구간 7개 선착장을 오가며 운항하며, 추석 이후 출퇴근 시간대 급행 노선도 추가될 예정이다. 뉴스1
“와, 버스 왔다!”
18일 낮 12시 반,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에 한강버스가 들어서자 줄지어 서 있던 시민 사이에서 환호가 터졌다. 서울시의 첫 수상 대중교통인 한강버스 운항 첫날, 선착장 앞은 200명 넘는 시민으로 북적였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탑승객들은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야 했고, 일부 시민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항의하는 등 혼잡이 빚어졌다.
● 첫날 인파 몰려, 출퇴근 교통수단으론 물음표
서울시는 약 2년간의 준비 끝에 한강버스를 이날 정식 운항했다.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등 7개 선착장을 잇는 28.9km 구간에서 운행된다. 한강버스는 오세훈 시장이 추진해 온 역점 사업이다.
단순 관광 유람선이 아닌 서울시 교통망에 정식 편입된 첫 ‘정기 수상대중교통’이다. 지하철·버스 위주였던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에 새로운 축을 더해 강을 따라 이동하는 옵션을 마련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한강버스는 교통카드와 기후동행카드(서울시 교통패스)로 탑승할 수 있다. 일반 탑승권은 3000원으로 현장 티켓 구매도 가능하다.
운항 첫날 서울시가 예상한 것보다 2, 3배 많은 시민이 몰리며 혼선이 빚어졌다. 오전 11시 첫차 탑승이 시작된 잠실선착장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도 배를 타지 못한 시민이 속출했다. “티켓 샀는데 왜 못 타느냐”는 항의가 이어졌고, 일부 고령 시민들은 “다리가 아프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결국 시 관계자들이 시민들이 다른 곳에서 쉬면서 기다리도록 종이에 번호를 적어 대기표를 나눠 주며 순번을 관리해야 했다.
승차감은 합격점을 받았다. 탑승객들은 대체로 흔들림 등이 심하지 않고 소음도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강버스가 압구정선착장을 향하던 중, 수상스키와 충돌할 뻔해 5초간 경적을 울려 탑승객들이 당황하기도 했다. 출퇴근 교통수단으로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곡∼잠실 노선 기준 일반 노선은 127분, 급행도 82분이 걸린다. 선착장과 지하철역 간 거리를 고려하면 실제 소요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리는 지하철보다 길다. 잠실선착장에서 탑승해 마곡선착장까지 이동한 김성희 씨(42)는 “경치를 즐기려면 유람선이 더 낫고, 일상적으로는 지하철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착장 위치가 멀거나 찾기 어렵다는 등 접근성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시민은 “검색해 온 곳은 유람선 선착장이었고, 한강버스 선착장은 따로 표시가 없어 사람들에게 물어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한강버스 여의도선착장과 유람선 선착장의 경우 약 650m 떨어져 있다.
서울환경연합 등은 “예산 낭비, 교통약자 배제 등이 문제”라며 “한강버스를 출퇴근용으로 선택할 시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한강 경치 즐기는 대중교통 보완재” 호평도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자녀와 함께 탑승한 직장인 송한성 씨는 “대중교통이 꼭 빠르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급할 땐 지하철·버스를 타고, 여유 있을 땐 한강버스를 타고 싶다”며 “서울의 한강 경치를 즐기며 야경을 보러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한강버스가 단순한 볼거리용이 아니라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도입한 8척의 선박은 전기·하이브리드 동력으로 운항해 기존 디젤 유람선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 소음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상·하행 누적 탑승객 1621명으로, 평균 좌석점유율 86.2%(163.8명)를 기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지하철, 버스와 다른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시민 만족도는 높을 것”이라며 “출퇴근 수요를 감당하려면 배차 간격을 줄이는 등 운행 효율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10월 10일부터 단계적으로 증편해 현재 하루 14회 운행을 48회까지 늘릴 계획이다. 오 시장은 “실용성뿐 아니라 감성도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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