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아들 2명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바다에 차량을 빠트려 살해한 아버지 지 모 씨(49)가 19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박재성 부장판사가 이끄는 광주지법 제12형사부가 심리했다. 박 재판장은 매달 살인, 존속살해, 성범죄 등 수십건의 흉악 범죄와 마주하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은 이례적으로 감정을 내비쳤다.
박 재판장은 2분 남짓했던 선고 공판에서 울음을 삼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 재판장은 “아들들은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도 가장 사랑했던 부모가 자신들을 살해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피고인은 바다에 빠진 후 답답함을 느끼자 안전벨트를 풀고 홀로 창문으로 빠져나왔다. 아들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바다에 빠진 직후 범행을 후회하고 곧바로 피해자를 구출했다면, 바다에서 나오자마자 주변에 구조 요청을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박 재판장은 “피고인은 범행 후 친형의 친구 차를 타고 달아나는 등 회피로 일관했다. 이런 태도를 볼 때 앞으로 짊어져야 할 빚 때문에 아들들과 지병이 있는 아내가 피고인에게 짐만 될 것이라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피고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본성마저 의심하게 되는 끔찍한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박 재판장은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응분의 철퇴를 내리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원칙을 증명해 이 같은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재판부는 모든 사정을 고려해 지 씨에게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지 씨는 지난 6월 1일 오전 1시 12분쯤 전남 진도항 인근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 아내와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 씨는 카드사 등에 약 2억 원의 빚을 진 후 아내와 동반자살을 결심했다. 자녀들이 부모 없이 힘든 생활을 이어갈 것이라 예상한 지 씨는 자녀들까지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수면제와 피로회복제를 챙겨 가족여행을 떠났고, 여행 이틀째 되는 5월 31일 자녀들에게 수면제를 희석한 피로회복제를 마시게 했다.
아이들이 잠들자 다음 날 오전 진도 팽목항 인근으로 이동, 본인도 수면제를 복용한 채 차를 바다로 내몰았다.
바다에 빠진 지 씨는 순간 공포심을 느꼈고, 홀로 운전석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 이후 119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지인 차량을 이용해 광주로 도주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검찰은 “두 아들은 가족여행이라 생각해 맛집을 찾아다니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피고인은 두 아들이 라면을 먹는 사이 숙소 2층에서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피고인이 건넨 음료를 마시고 잠들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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