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종 넘는 약 먹는 만성질환 노인 138만명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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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5년새 53% 늘어 171만명
“중복처방 막을 처방조정 안이뤄져”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 번에 10종 이상의 약을 먹는 국내 만성질환자가 170만 명이고, 이 중 약 138만 명(80.6%)은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인 인구의 약 13%에 해당한다.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이 여러 병원에서 동시에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아 처방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약물 남용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고혈압, 당뇨병 등을 1개 이상 진단받고 10종류 이상의 약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는 171만7239명이었다. 2020년 112만5744명 대비 52.5% 증가한 규모다.

환자 한 명이 동시에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다제 약물 환자’는 증가 추세다. 2020년 112만5744명에서 △2021년 130만2082명 △2022년 141만560명 △2023년 154만5840명 △2024년 163만5067명으로 최근 5년간 매년 늘었다. 한국의 75세 이상 환자 중 5개 이상 약물을 90일 또는 4회 이상 처방받은 환자 비율은 2021년 기준 6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0.1%)을 웃돌았다.

한꺼번에 여러 약을 먹으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약물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환자가 또 다른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기존 약물의 ‘복약 순응도’가 낮아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의사의 처방을 환자가 이행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복약 순응도가 낮아지면 원래 질환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건강을 해치고 전체 의료비도 늘어나는 요인이 된다.

정부는 약물 오남용과 약물 중복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약사가 10종 이상의 약물을 60일 이상 복용한 65세 이상 환자를 상담하는 ‘다제 약물 관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약물이 있으면 약사가 의사에게 처방 조정을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약사와 의사 간 연계가 부족하고 약물 복용 이력을 확인하기 어려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경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환자가 여러 병원 혹은 진료과에서 약을 처방받다 보니 약사가 복약 지도를 했을 때 의사들끼리 처방 조정을 미루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노인이 약물을 부적절하게 복용하면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다제 약물 관리를 포함한 노인 건강 관리 모델이 필요하다”며 “약 처방 시 기존 약 중복 여부 등 정보를 제공하는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DUR) 이용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자#약물 남용 부작용#다제 약물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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