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만 명 선이 무너진 경북 포항시가 미래 성장 동력인 청년층의 재유입을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하루 집세가 1000원인 ‘천원 주택’을 대거 보급하는 등 파격적인 주거 지원 정책을 추진해 청년과 신혼부부의 정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하는 이 정책을 통해 포항형 주거복지 모델을 완성하고 인구 50만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경북 포항시 남구 시청 2층에 마련된 천원 주택 현장 접수처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오른쪽)이 신청자의 접수를 돕고 있다. 포항시 제공
포항시는 16, 17일 이틀 동안 남구 시청 2층 로비에서 천원 주택 현장접수를 진행했다. 천원 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한 33㎡ 규모의 원룸과 빌라 등을 포항시가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19세 이상 45세 이하 청년 및 신혼부부 무주택 가구에 공급할 예정인데 월 임대료 17만 원 가운데 포항시가 14만 원을 지원해 입주자는 나머지 3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월 임대료 3만 원을 하루로 계산하면 1000원꼴이어서 이름도 천원 주택으로 붙였다.
천원 주택은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100호 모집에 이틀 동안 854건이 접수돼 경쟁률 8.5 대 1을 기록했다. 유형별 경쟁률을 살펴보면 청년주택 80호에는 820건이 접수돼 10.3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신혼부부 주택 20호에도 34건이 접수돼 1.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포항시 관계자는 “접수 현장에는 포항 지역 청년뿐만 아니라 타지역 거주자도 많이 몰려왔다. 실질적인 청년층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돼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서류 심사를 거쳐 다음 달 20일 추첨을 통해 입주 예정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시는 앞으로 청년 및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400호를 추가로 공급하고 신혼부부·다자녀·근로자 전용 1800호, 다자녀·고령자 전용 1200호 등 2030년까지 모두 3500호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최대 규모로 천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내년부터 청년 1인 가구의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이사비를 40만 원까지 지원하고 1인당 40만 원 상당의 소규모 간편 집수리 및 클린하우스 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포항시는 청년층의 완전한 정착을 돕기 위해 취업 및 창업 생태계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구도심 장기 공실 건축물과 원도심 빈집을 창업 인큐베이팅 레지던스와 신산업 인력양성 교육센터, 복합 예술촌·창작 레지던스, 도심 대학 캠퍼스, 도심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탈바꿈시켜서 청년층의 취업 및 창업을 돕고 있다.
시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최근 채널A가 주최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진행한 대한민국 복지의정대상 시상식에서 지방정부 부문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청년과 신혼부부가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모든 시민이 포항에서의 삶을 자부심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미래도시로의 도약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