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강조
“세종, 법 시행땐 민심 수렴해 백성 뜻 반영
법치와 사법독립 굳건히 지키는 지혜 기대”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으셨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법치와 사법 독립의 정신을 굳건히 지켜내고 정의와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미래를 함께 열어갈 지혜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종대왕의 사법 철학을 두고는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법의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고 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대법원이 2016년 이후 9년 만에 개최하는 국제 행사로, 세종대왕의 법사상을 세계와 공유하고 법치주의의 미래와 사법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최근 여당의 사퇴 압박과 맞물리며 조 대법원장의 개회사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한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셨다”며 사법 영역에서 세종대왕의 탁월한 업적을 언급했다. 그는 “통일된 법전을 편찬하고 백성들에게 법조문을 널리 알려 법을 알지 못해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셨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백성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형사사건 처리 절차를 분명하게 기록하게 하고 사건 처리가 장기간 지체되지 않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문과 지나친 형벌을 제한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하셨다”며 “감옥 내 인권 보호와 복지를 개선하셨다. 이처럼 세종대왕은 사법의 전 영역에서 인권 존중의 가치를 일관되게 실천하셨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원리와 철학을 설명하며 “백성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정의의 문자이자 법치주의 정신을 구현한 제도적 장치였다”고 했다. 그는 “‘훈민정음해례본’에는 세종께서 신하 정인지의 손을 빌려 ‘훈민정음으로 소송 사건을 기록하며 그 속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셨다”며 “신하 최만리의 반대 상소에 대해 ‘사형 집행에 관한 법문을 이두로 기록할 경우 뜻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한 백성이 한 글자의 착오로도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으나 언문으로 직접 기록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해 원통함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신하들이 세종대왕의 성실함과 근면함을 높이 기렸다며 “법조인은 언제나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직업에 속하므로 주어진 모든 사건을 한결같이 성심을 다해 처리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법조인에게는 무엇보다도 변함없이 꾸준한 노력이 요구된다고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께서는 국정 운영에서는 신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필요할 경우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올바른 결론에 이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의 공포와 집행에 있어서는 백성들에게 충분히 알리셨고 공법 시행을 앞두고서는 전국적으로 민심을 수렴해 백성들의 뜻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의 법사상을 기리고자 마련된 이번 콘퍼런스가 법치주의와 사법의 이상을 새롭게 확인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세계 각국의 법조인과 관련 전문가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통해 각국의 사법 발전에 귀중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는 싱가포르·일본·중국·필리핀·호주·그리스·이탈리아·라트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몽골·카자흐스탄 등 10여 개 국가의 대법원장·대법관 및 국제형사재판소 전·현직 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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