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린 개체 구조로 존재 알려
5월 서식지 찾았지만 지난달 떠나
“번식지 쉽게 안 옮겨 다시 올 것”
국립생태원이 제주도 한라산에서 발견한 검독수리 수컷 성조의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검독수리 번식 둥지가 국내에서 77년 만에 발견됐다.
22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올해 5월 제주도 한라산 북쪽 절벽에서 지름 약 2m, 높이 약 1.5m 크기의 검독수리 둥지가 발견됐다. 지난해 7월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이 한라산 북쪽 인근에서 어린 검독수리 1마리를 구조하면서 국립생태원은 지역 주민의 목격담 등을 토대로 검독수리 서식지 조사를 벌였다.
수리목 수릿과에 속하는 검독수리는 양쪽 날개를 활짝 펴면 길이 2m가 넘는 대형 맹금류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전국 산야 및 습지 주변에서 겨울철에 소수 개체만 관찰된다. 유럽, 아시아 및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에 주로 분포한다. 포유류와 조류를 사냥하며 동물 사체도 먹는다. 1, 2월에 1∼4개의 알을 낳아 약 45일간 품는다. 부화한 새끼는 70∼102일간 기른다.
연구진은 한라산 북쪽 둥지에 검독수리 암수 한 쌍과 새끼 한 마리가 서식하는 모습을 약 200m 떨어진 장소에서 망원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했다. 둥지는 마른 나뭇가지를 쌓아 올려 만들었으며, 안쪽에 마른 풀잎과 푸른 솔가지가 깔린 것으로 파악됐다. 암수 개체는 최소 6년생 이상 성조이고, 새끼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다. 7월 조사에서 이 검독수리 가족은 둥지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검독수리가 번식지를 쉽게 옮기지 않는 특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같은 장소에서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검독수리 번식 둥지를 비롯해 암수 한 쌍과 새끼가 함께 발견된 것은 1948년 미군 장교가 한국에서 관찰한 이후 77년 만에 처음이다. 1947, 1948년 국내에서 복무한 미국 육군 장교 로이드 레이먼드 울프는 1948년 4월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경기 남양주시 예봉산 정상 인근 절벽에서 검독수리 성조와 함께 번식 둥지를 발견했다. 이 무렵 남양주시 천마산에서도 새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둥지가 발견됐다. 울프는 검독수리 둥지 관찰 기록을 1950년 10월 미국 조류 학술지 ‘디 오크’에 게재했다. 국립생태원은 제주도 등 관계 기관들과 협업해 검독수리 서식지를 보전하고, 번식 상황을 지속해서 관찰해 개체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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