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모회사 에코넥스 박순관 대표가 2024년 6월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6.25/뉴스1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배터리 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소된 사건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량이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23일 박 대표에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 치사) 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박 대표의 아들)에게도 징역 15년과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당시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점검하지 않고, 중대재해 대비 매뉴얼도 마련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 됐다. 화재는 배터리 팩이 쌓여 있던 2층에서 시작돼 순식간에 공장 전체로 번지면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3명 중 23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파견·용역 형태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외국인 근로자도 17명 포함돼 사회적 충격이 컸다. 사고 후 조사 과정에서 공장 출입구에는 정규직만 이용할 수 있는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어 불법 파견된 이주노동자들이 신속히 탈출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이 일었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대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재판부는 “박순관은 비상구와 비상 통로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점이 인정되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른 인과관계도 인정된다”며 “박순관은 박중언에게 기업의 매출은 강조한 반면 근로자에 대한 안전 지시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동안 산재 사고에서 가벼운 형을 부과했던 양형 경향과 산재의 빈번한 발생 현실에 비춰보면 형벌의 일반 예방 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인다”며 “다수의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조차 경한 형이 선고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법정형의 의의가 무색해진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에서 사실상 첫 중형 선고다. 앞서 2022년 1월 법 시행 직후 발생한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 화재(5명 사망) 사건이나 올해 1월 여수 여천NCC 폭발사고(4명 사망) 사건에서는 경영책임자들이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에 그쳤다. 지난해 4월에는 창원지법 마산지원이 한국제강 대표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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