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탈퇴” vs “법적조치” 마을버스 충돌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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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을버스 조합 “누적적자 1조… 재정지원 확대 없인 내년 운영 불가”
市 “5년새 지원금 두배 늘려도 파행”
전문가 “양측 모두 한발씩 양보해야”

서울 시내 마을버스 차고지에 마을버스가 정차돼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마을버스 차고지에 마을버스가 정차돼 있다. 뉴스1
서울 마을버스 조합이 영업 적자를 이유로 내년부터 수도권 버스 ‘환승제도’에서 공식 탈퇴한다고 23일 발표하자 서울시가 “법적으로 불가하다”며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시는 조합이 요구하는 재정 지원 확대 대신 서비스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탈퇴 강행 시 사업 정지, 과징금 부과 등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을버스 적자 문제를 둘러싼 양측 갈등은 점차 격화되는 양상이다.

● “적자 못 버텨” vs “서비스 개선 먼저”

서울시는 23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사전 협의와 수리 없이 조합의 일방적인 환승제 탈퇴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는 여객자동차법 제8조를 거론하며 “환승제 탈퇴는 운임 변경·조정에 해당하므로 변경 요금을 신고하고 수리를 받아야만 가능하다”며 “법률 자문 결과도 동일한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마을버스 조합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물가·임금 인상률을 반영한 운송원가 현실화 등 3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환승체계에서 탈퇴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2004년 수도권 통합환승제가 시행된 이후 21년 만의 일이다.

마을버스가 실제로 환승제에서 빠지면 시민은 지하철·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간 환승 시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교통약자와 저소득층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중소 운수사들은 지원 중단으로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조합은 “환승으로 인한 누적 손실금이 1조 원을 넘어섰다”며 “마을버스에서 받는 환승 정산금은 646원으로 기본요금(1200원)에 비해 554원씩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재정지원 확대 없이는 운행 정상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이미 재정지원을 대폭 늘렸고, 서비스 정상화가 선행돼야 추가 보조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시에 따르면 마을버스 지원금은 2019년 192억 원에서 올해 412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노선 운행 횟수는 24% 줄고, 배차 간격이 40분 이상 지연되거나 첫·막차 시간 미준수 사례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시는 재정지원 기준 인상, 보조금 선지급, 기사 교육비 지원 등 다각적 지원안을 제시했지만 조합이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 “마을버스 자정노력도 필요”

서울시와 마을버스 업계의 갈등은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다. 그간 재정지원 기준, 운행 실적 관리, 회계 투명성 문제를 놓고 갈등과 협상이 반복돼 왔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이번 탈퇴 선언으로 표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마을버스는 시민 생활과 밀접한 교통수단으로, 서비스 개선 없이 재정지원만 요구하는 것은 시민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이라며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협의를 이어가겠지만 탈퇴를 강행하면 법적 대응과 함께 시민 불편 최소화 대책을 즉시 가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와 조합 모두 한 발씩 물러서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최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마을버스 수익이 악화된 것은 사실인 만큼 지원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재정지원이 늘어날수록 도덕적 해이 우려도 커지므로, 마을버스 측도 회계 투명성 확보와 경영 합리화 등 자구책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노선버스의 95%가 다음 달부터 멈춰 설 위기에 놓였다.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는 조정 만료일인 30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 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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