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 간 발생한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친부모로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모는 아동학대 가해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현행법상 신고의무자에서 가족은 제외돼있다. 친부모를 포함한 가족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포함하는 등 정당한 훈육과 구분된 명백한 가정 내 학대 행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19~2024년 아동학대 학대행위자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대행위자 중 친부모 비율은 2019년 72.3%, 2020년 79.0%, 2021년 80.6%, 2022년 79.9%, 2023년 82.9%, 지난해 81.3%로 증가했다.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신고가 접수돼 전담공무원 등의 조사를 거쳐 학대로 최종 판단된 사례를 기준으로 했다.
전체 아동학대 행위자 수는 2019년 3만45명에서 지난해 2만4492명으로 18.4% 줄었다. 그러나 이 중 친부모는 2019년 2만1713명에서 지난해 1만9902명으로 8.3% 감소하는데 그쳤다. 강지영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아닌 사람들이 아동을 학대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친밀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학대가 많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되는 등 사회적으로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가정 외부의 학대행위자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정 내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아동학대 재판에서 한 쪽 배우자가 가해자인 다른 배우자를 선처해달라는 탄원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022년 6월 경기 성남시에서는 친부가 6개월 된 딸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성인용 이불을 덮고 폭행한 뒤 1시간 동안 방치해 사망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아동 친모는 생계 유지와 다른 자녀 양육을 이유로 가해자인 남편에 대한 선처를 탄원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아동학대 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없다”며 친부에 대해 징역 7년을 확정했다.
가정 내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인식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친부모 등 가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신고의무자로 유치원 및 어린이집 종사자, 의료기관 종사자 등 업무를 통해 아동을 만나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여기에 친부모 등 가족을 포함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기에 개입하자는 것이다.
아동학대 방임에 대한 처벌을 실효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이 학대를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묵인한 경우 방임죄 처벌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을 신고의무자로 지정하기에 앞서 부모교육 등을 통해 아동학대 예방 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 의원은 “학대 피해 아동이 더 발생하기 전에 부모 및 가족 구성원에 의한 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