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카드·택배 먹통”…국가망 화재에 436개 국민서비스 멈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7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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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택배-금융 이용자 불만 고조
무인민원발급기 먹통에 서류도 못 떼
리튬배터리 분리 작업이 화재로 이어져
국가전산망 단일화…화재에 전체 마비
28일 네트워크 장비 복구 진행…단계별 정상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우체국, 정부24 등 주요 업무시스템이 중단된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우체국에 우체국금융 장애 발생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2025.09.27. [서울=뉴시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우체국, 정부24 등 주요 업무시스템이 중단된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우체국에 우체국금융 장애 발생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2025.09.27. [서울=뉴시스]
“지금 시대도 포장만 잘해놨지, 허술한 토대 위에 사상누각 같은 시스템이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불편을 겪은 한 시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이 밝혔다. 우체국 금융, 우편은 물론 인터넷등기소 등 주요 정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속출했다.

27일 주말을 맞아 손주들이 놀러 와 마트에서 장을 보려 했던 현모 씨(64)는 우체국 체크카드 사용이 중단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현 씨는 “주거래 금융사가 우체국이라서 체크카드도 우체국 카드밖에 없는데 주말에 돈을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우체국 택배 무인 반납함을 이용하려던 박모 씨(40)는 발길을 돌렸다. 박 씨는 “월요일까지 택배로 대여한 제품을 반납해야 해서 일부러 출근 안 하는 주말에 무인택배함을 찾았는데 헛걸음을 했다”고 했다.

SNS에서도 이번 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한 불편과 국가 전산 시스템에 대한 취약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체국 우편을 이용하려던 A 씨는 “아침부터 제대로 혈압이 올랐다. 등기를 월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게 있는데 우체국 먹통이라 사정사정해서 연차 쓰고 서울에 대면 제출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 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에 무인민원발급기 이용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9.27/뉴스1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 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에 무인민원발급기 이용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9.27/뉴스1
B 씨는 “큰일이다. 우체국 서버가 터졌다는데 어제 택배를 보냈다. 제품이 제대로 도착할지 걱정이다”고 했다.

등본 및 초본 등 증명서류를 제공하는 무인민원발급기 작동 불능으로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도 불편해졌다. 금융회사 대출을 위해 등본과 초본을 무인민원발급기에서 뽑으려던 한모 씨(42)는 “무인민원발급기가 작동하지 않아 난처해졌다. 정해진 기간 안에 대출 서류를 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로 법원 전자소송 포털, 인터넷등기소 등 일부 서비스도 ‘먹통’이 됐다. 이날 법원 전자소송 포털과 인터넷등기소 홈페이지에는 각각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일부 서비스 불가’ 안내문이 공지됐다.

전자소송 포털은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소송 플랫폼으로 인터넷을 통해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이용 불가 서비스는 내·외국인 실명확인, 주민등록정보 등·초본 연계, 등록면허세 납부조회 등이다.

법원의 인터넷등기소에서도 부동산 열람·발급, 토지 이용계획 조회, 전자 신청 시 도로명 주소 검색 연계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국가 전산 시스템이 중앙 집중화돼 있는 현행 체계를 지적하는 시민들의 반응도 적지 않다. C 씨는 국가 전산망이 단일 센터(국가자원정보관리원)에 집중돼 있다. 물리적 사고 하나로 전체가 마비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중단된 정부의 전산시스템은 총 647개로 집계됐다. 이중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인터넷망 서비스는 436개다. 나머지 211개는 공무원 업무용 행정 내부망 서비스다.

이번 화재는 전날 오후 8시 15분쯤 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발생했다. 작업자 13명이 리튬이온배터리를 교체하던 중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튀어 발화한 것으로 중대본은 파악하고 있다. 이번 불로 100명이 대피했고 1명이 1도 화상을 입었다. 배터리 384개는 전소됐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중단된 우체국 서비스. 독자제공.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중단된 우체국 서비스. 독자제공.
화재가 이날 오후 6시경 완진되며 정부가 복구작업에 나섰지만 언제 가능할지 가늠하기 난망한 상황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 안전, 국민 재산을 보호하고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필수적인 시스템부터 우선적으로 정상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전소된 배터리 384대 중 250여 대를 반출하고 있고 오늘까지는 항온항습기를 복구, 내일은 네트워크 장비가 복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성공적으로 작업이 완료된다면 정보시스템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중단했던 시스템 551개를 단계적으로 재가동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이날 ‘행정정보시스템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전환 가동했다. 전산재난으로 중대본이 가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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