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국가전산망 마비]
팩스 보내거나 전화로 일일이 문의
기저귀 등 복지바우처 사용도 중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전국 화장시설 온라인 예약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전국 장례식장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화장장 예약을 대행하는 장례식장, 장례지도사 등은 각 화장장에 전화로 일일이 연락을 돌려 예약하고 있다. 일부 유가족은 자칫 발인 후 화장장을 못 잡는 게 아닌지 장례식 일정 내내 조마조마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국민행복카드 복지 바우처 사용이 중단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28일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화장장 예약을 통합 관리하는 사이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동안 주요 화장장은 복지부 사이트로 통합 예약을 받아 왔기 때문에 개별 예약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복지부 측은 “개별 화장장의 온라인 및 유선 신청을 활용하는 등 서비스 제공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예약이 되지 않아 답답해하던 유가족 중에는 직접 화장장을 찾은 경우도 있었다”며 “장례식장 직원들이 전화를 돌려 화장장 예약을 잡고 필요한 서류는 팩스로 보내고 있다. 이례적인 상황에 유가족과 직원들 모두 당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 화장장은 예약 창구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강원 속초시 승화원 관계자는 “기존에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온라인 예약으로 창구가 단일화돼 있었는데 지금은 전화와 수기로 처리해 유가족들의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 추모의공원 관계자는 “시간대별 화장장이 몇 기 예약돼 있는지 전산이 막혀서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사망자가 많고 화장장이 꽉 차는 겨울철이 아니라 당장 예약에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전산망 장애로 사회보장 정보시스템과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시스템 등도 멈췄다. 특히 기저귀, 분유,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국민행복카드 복지바우처 사용이 중단돼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민행복몰에서 기저귀를 주문하려니 안 된다”는 등 이용자들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 병원 간 진료기록을 전산으로 전송할 수 있는 진료기록 전송지원 시스템 등 복지부 산하 의료기관 관련 전산망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행정정보 시스템 장애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27일 오전 8시 경계 경보를 발령하고 비상 근무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서비스 정상화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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