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신고·신규 환자 주소 입력 등 일부 차질…“환자 안전 우려”
국정자원 화재 여파…접수·청구 지연에 환자 대기 늘어
1일 오전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 2025.9.1/뉴스1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일선 의료현장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병원부터 중소병원, 의원까지 환자 접수·진료·청구가 지연돼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선 병의원에서는 환자 확인이 지연되고, 검사 결과가 제때 올라오지 않는가 하면 보험 청구와 행정보고가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의료진은 “진료 자체는 돌아가지만, 핵심 시스템이 멈추면 현장은 곧바로 불편으로 이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대병원은 행정망과의 연계 비중이 커 가장 큰 차질을 겪었다. 대형 국립대병원은 진료와 행정 업무 모두를 정부 전산망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한 국립대병원 소속 전공의는 “다른 병원에서 이송해 온 환자의 과거 진료 이력이 연계 시스템을 통해 바로 확인되지 않아 30분 넘게 대기시켜야 했다”고 했다.
지방 소재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진료 외에도 각종 보고와 결재가 동시에 지연됐다”며 “국감 자료 제출 시한을 앞두고 행정업무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간 대형병원은 자체 전산망을 갖추고 있어 내부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청구·보고 같은 외부기관 연계 구간은 동일하게 영향을 받았다. 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진료는 가능했지만, 보험 청구와 행정보고가 늦어져 환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웠다”며 “모바일 신분증만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접수가 늦어지는 사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중소병원과 의원은 불편을 더 직접적으로 체감했다. 이들 기관은 자체 전산 인프라가 약하고, 행정과 청구 대부분을 공공 전산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전문의 김 모 씨는 “질병관리청 누리집 시스템이 멈추면서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전화를 걸어 현황을 전달해야 했다”며 “매뉴얼이 없고 해당 기관이 자료를 받았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어 답답했다”고 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감염병 신고, 신규 환자 주소 입력 같은 기본 기능이 일부 작동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한꺼번에 복구되면 업무가 몰려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신속하게 시스템을 복구해 달라는 요구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우려를 전했다. 김성근 대변인은 “현재 상황에서는 의료진이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막혀 환자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태가 길어지면 정확한 진료가 어려워지고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