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인 줄 몰랐다”…사기범 지시로 필로폰 3㎏ 반입한 50대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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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마약 숨겨져 있을 가능성 인식했을 것”…징역 5년 선고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뉴스1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뉴스1
사기 조직의 지시에 따라 마약을 국내로 들여온 혐의로 기소된 50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 씨(50대·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3월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호텔에서 신원을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필로폰이 숨겨져 있는 여행용 가방을 받아 그다음 날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한 혐의를 받는다.

A 씨가 당시 국내로 들여온 마약은 3008g으로 전해졌다. 이는 10만 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고(1회 투약분 0.03g), 시가 3억 원에 상당하는 양이다.

조사 결과, A 씨는 사기를 당해 이 같은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한다.

A 씨는 작년 10월 ‘유엔사무총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B 씨로부터 ‘IMF 빈곤 퇴치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됐고, 스페인에 가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해당 계좌에 입금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B 씨는 “다만 돈을 받기 위해선 기금 수령을 위한 변호사 비용, 정부 허가 비용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1300만~1500만 원 상당을 송금했으나, B 씨의 금원 요구가 계속돼 ‘기금 수령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B 씨는 “재력가를 소개해 줄 테니 도움을 받아라”고 A 씨에게 요구했고, 이후 A 씨는 ‘재력가의 부탁을 받았다’는 C 씨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 C 씨는 A 씨의 교통비·숙박비를 모두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이후 태국, 대만 등지를 떠돌며 특정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는 등 B 씨 지시에 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B 씨에게 기만당해 마약이 든 가방을 운반했고, 가방 안에 마약이 들어있는지도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일정 시점까진 피고인이 단지 사기 범행 피해자에 불과했다고 볼 만한 여지가 있긴 하다”면서도 “A 씨는 사기 범행을 당하던 중 ‘B 씨가 의심된다’는 메시지를 몇 차례 보낸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마약이 든 가방을 열자 본드 냄새가 났고 여기저기 덧대진 흔적이 있었다고 진술한 점, 열린 가방 사진을 B 씨에게 보내자 B 씨가 ‘가방을 닫아라’고 연락한 점 등을 봤을 때 마약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확정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이 수입한 필로폰이 모두 압수돼 유통되지 않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필로폰의 양이 적지 않고, 불법성을 인식하고 의심했음에도 이를 도외시하며 재판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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