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해누리초 5학년 5반 사회정서교육 시간. 김민정 해누리초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상에서 경험한 속상한 기억과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던 경험을 적어 보자고 제안했다. 서너명 씩 한 모둠을 이뤄 앉은 아이들은 저마다 속상한 기억,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던 기억을 써내려갔다.
“자, 이번엔 각자 떠올린 부정적인 기억과 행동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거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적어봅시다.”
김 교사의 제안에 학생들은 ‘시험 전 예습 복습을 해 성적을 올린다’ ‘더 열심히 해보자’ 는 내용으로 바꿔 적었다. 모둠별로 발표를 하자 학생들은 친구들의 발표에 “나도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해본 적 있다”며 공감과 격려의 반응을 보였다.
●“정서 위기 학생 연령 점점 낮아져”
서울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올 2학기부터 ‘마음키움 사회정서 교육의 날’을 초중고 전 학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 1학기 초5, 중1, 고1 등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사회정서 교육을 초중고 전 학년으로 확대했다. 올해 2학기에 총 10차시 교육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인성교육, 학교폭력 프로그램 등 학교에서 운영하던 기존 프로그램과 연계해 진행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 확대는 최근 초중고교에서 자살·자해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조현석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교육장은 “학교급별로 보면 중학교 47%, 고등학교 43%로 중고교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 하지만 초등학교도 약 10%를 차지하는데다 최근 정서 위기 학생의 저연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가 6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 학생들의 마음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음키움 사회정서 교육 목표는 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타인과 긍정적 관계를 맺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과 가장 많이 대면하는 교사가 학교 일과 중 주기적으로 사회정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김 교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학생의 사회성이 많이 떨어져 또래 간 상호작용이 줄었고, 아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살·자해 관련 콘텐츠를 갈수록 많이 접하고 있다”며 “예전엔 학생이 친구끼리 놀며 자연스럽게 키웠던 사회성을 이젠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교사가 활동 중심 교육안 제작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직접 초중고 학생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 자료를 개발해 각 학교에 제공했다. 초등 저학년은 자기 중심적 사고가 강하고 감정 표현에 대한 연습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반영해 놀이와 표현활동 중심으로 구성했다. 초등 고학년은 또래와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기성찰 워크북’, ‘관계기술 훈련’ 중심으로 구성했다. 자아 정체감이 형성되고 인정 욕구가 강해지는 중학생들을 위해서는 소그룹 토론을, 고등학생을 위해서는 공동체 실천형 프로젝트 등의 내용을 담은 자료로 구성했다.
자료 제작 전 과정은 모두 강동송파교육지원청 소속 사회정서 교육 분야를 전공한 석·박사 출신 교사들이 맡았다. ‘반별 칭찬 릴레이’, ‘감정카드 만들기’, ‘갈등 해결 역할극’ 등 수업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담아 교사가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 자료는 지원청 홈페이지에 게시해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활용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사회 정서 교육을 서울 전 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조 교육장은 “학부모에게 주기적으로 사회정서 분야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는 등 가정과의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며 “가정에서는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자녀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등 긴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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