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행안부 차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0.1/뉴스1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업무에 활용하던 문서와 각종 파일이 저장된 저장장치가 전소해, 대규모 데이터가 복구 불가능한 상태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데이터가 백업되지 않아 영구 소실되면서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분원에 보관된 데이터 복제본을 활용해 긴급 복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공무원 12만5000명 업무용 자료 소실
1일 행정안전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G드라이브’가 (지난달 26일) 화재가 난 대전 본원 7-1 전산실에 위치해 있어 완전히 소실됐다”며 “별도의 백업 체계가 없어 복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G드라이브는 국가공무원 개인별로 약 30GB 용량을 제공하는 업무용 클라우드 저장소로, 올 8월 기준 총 858TB(테라바이트)가 사용되고 있었다. 1TB는 A4 용지 약 26억 장 분량에 해당한다. 행안부는 2018년부터 공무원들이 개별 PC가 아닌 G드라이브에 문서를 저장하도록 지침을 내려왔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사무실 침입 사건 이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이번 화재로 도리어 대규모 자료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됐다.
현재 G드라이브를 사용하는 74개 기관 소속 공무원 12만5000명의 자료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사혁신처는 전 직원이 G드라이브에만 자료를 보관해 업무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인사처 직원들은 소실된 업무 자료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한달 동안의 이메일, 공문과 인쇄물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무조정실처럼 자체 보관 비중이 높은 부처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G드라이브는 중앙부처에서만 사용되고, 지자체나 공공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행안부 관계자는 백업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G드라이브는 대용량이면서도 저성능 스토리지여서 외부 백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국정자원 본원에 저장된 정부 서비스 데이터는 중요도에 따라 일부는 즉시, 일부는 한 달 주기로 충남 공주 분원으로 이관된다. 그러나 이번 화재 당시 9월분은 이관되지 않아 전량 소실된 상태다. 한 달 단위로 이관되는 데이터가 전체의 40%에 달하는 만큼, 추가적인 유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주센터 복제본으로 긴급 복구
정부는 긴급 대책으로 공주 분원에 보관된 데이터 복제본을 활용하기로 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화재로 본원 복구가 어려운 시스템이 있어 경우에 따라 공주센터에 이관된 데이터를 활용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제본을 ‘카세트테이프’ 형태의 저장장치에 넣어 대전 본원으로 가지고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 행안부는 지난 8월부터 공주 분원의 복제 데이터를 대전 본원에 병행 배치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데이터 백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클라우드 등 동일한 서버 공간에만 백업해 두는 방식은 이번 화재처럼 물리적 재난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이 된다”며 “반드시 다른 지역에 물리적으로 옮겨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 기반 시스템일수록 데이터가 사라지면 행정 마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 자주 이관하고 저장 장치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 데이터를 일정 주기마다 옮기거나 별도 저장하는 방식에 그치고 있는데, 재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실시간 백업’ 체계가 필수적”이라며 “두 개 이상의 서버가 동시에 가동되는 ‘액티브-액티브(active-active)’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한쪽 서버가 불이나 사고로 중단되더라도 다른 서버가 즉시 업무를 이어받아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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