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 안내방송에 인공지능(AI) 목소리를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성우협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국성우협회는 2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와 공동 성명서를 내고 “교통공사가 당사자 동의 없이 강희선 성우의 목소리를 AI로 학습·활용해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저작권법상 불법행위이자 윤리적 측면에서도 비난받을 만한 행위”라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짱구는못말려’의 짱구 엄마 봉미선 목소리로도 잘 알려져 있는 강희선 성우는 서울 지하철 한국어 안내방송을 29년간 맡아왔다. 그는 암 투병 중 건강이 악화돼 최근 성우 활동을 중단했다. 이 가운데 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 한국어 안내방송에 음성 합성 기술(AI TTS)을 도입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협회는 “30년 가까이 지하철 안내방송을 책임져 온 성우의 목소리를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하려 한 사실은 심각한 문제”라며 “교통공사는 투병 중인 성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향후 인간 성우의 목소리를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로 재현하고자 할 때에는 성우 본인의 명시적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이 같은 절차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교통공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사는 기존에 안내 방송을 녹음했던 성우의 동의 없이 해당 목소리를 AI TTS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기존 성우와의 녹음 진행이 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여러 검토 사항 중 하나로 AI TTS 도입을 검토했다”면서도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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