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년만에 반쪽 자백 김건희 “샤넬백 받고 그라프목걸이 안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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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189일간의 거짓말’
“통일교측서 샤넬백 2개 받았다”
올해 4월 압수수색 이후 첫 인정
대가성과 그라프목걸이 수수는 부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08.12 사진공동취재단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08.12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로부터 샤넬 가방 2개를 받았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올해 4월 30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이어진 특검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가 189일 만에 말을 바꿔 자백한 것이다.

김 여사는 5일 변호인단이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저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신중히 처신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김 여사는 “어떠한 청탁, 대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하게 부인한다”고 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 2개와 그라프 다이아 목걸이 등 금품을 받고 각종 청탁을 들어줬다는 혐의로 4월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를 넘겨받은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김 여사를 8월 6일 불러 조사했는데 당시 김 여사는 “샤넬 가방 등 금품을 받은 적 없다”며 혐의 전부를 부인했다. 엿새 후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이어갔고,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이후 여태껏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러다 김 여사는 3일 법원에 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신청하면서 가방 2개를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조계에선 보석 심문을 앞두고 자신에게 불리한 법정 증언이 연달아 나오자 금품 수수는 인정하되 대가성은 부인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희, 뒤늦게 “샤넬백 받아”] 보석 심문 앞두고 선택적 인정
건진도 진술 바꾸며 실물 제출하자
金, 일부 사실 인정하며 대가 부인
재판직전 960자분량 면피성 입장문
“전성배 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의 공모나 청탁·대가 관계는 없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5일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이 시작되기 불과 1분 전 ‘김 여사 법률대리인단 일동’ 명의로 발표된 960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김 여사는 건진법사 전 씨로부터 샤넬 가방을 받은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올 4월 30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이어진 특검 조사와 재판까지 6개월 내내 금품 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다가 뒤늦게 말을 바꾼 것이다.

● ‘반쪽짜리 자백 입장문’ 왜 이제 냈나

김 여사가 검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해 수사가 본격화된 뒤 189일 만에 진술을 번복한 건 최근 자신의 주장과 배치되는 법정 증언이 ‘키맨’들의 입을 통해 연일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그동안 “샤넬 가방 등 금품을 잃어버렸다”던 전 씨는 돌연 기존 진술을 뒤집고 “김 여사에게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했다”며 보관해 온 샤넬 가방과 구두, 목걸이 등을 특검에 제출했다. 전 씨는 “선물을 건넬 때마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고 전화했다”고도 했다.

결국 김 여사는 연이은 전 씨의 폭로에 가방 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과거에 전 씨에게 모두 반환했다”며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일부 사실관계만 인정하는 ‘반쪽짜리 선택적 자백 입장문’인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김 여사가 보석 심문을 앞둔 점도 갑작스러운 자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여사가 석방되면 유경옥 전 대통령실행정관 등 샤넬 가방을 교환한 핵심 증인을 만나 회유할 수 있어 증거 인멸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재판부가 보석을 불허할 가능성을 고려해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여사는 자백 입장을 밝힌 의견서를 보석을 신청한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에 함께 제출했다.

김 여사는 5일 열린 재판에 두꺼운 분홍색 양말을 신고 경량 패딩과 코트 차림으로 출석하면서 평소와 달리 다리를 절뚝거리거나 휘청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김 여사는 별도로 발언하진 않았다.

●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강요” 황당 주장도

김 여사가 샤넬 가방 2개를 받은 사실만 인정하고 다이아 목걸이는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한 것도 선택적 자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샤넬 가방은 그라프 목걸이와 달리 전달자인 전 씨와 전 씨의 처남 외에도 가방을 교환한 유 전 행정관, 샤넬 매장 전 직원 등의 진술이 있기 때문에 가방에 대해서만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 여사가 “청탁은 전달되지 않았고 막연한 기대나 호의 수준의 언급에 불과하다”며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도 범죄 혐의를 피해 가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의견서에 따르면 김 여사 측은 서울동부지검의 ‘마약 내란자금 수사’를 언급하며 “네 달이 넘는 수사에도 어떤 실체가 확인된 바 없는데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소명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피고인은 사실관계를 섣불리 인정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사실관계를 부인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2022년 9월 최재영 씨로부터 디올 가방을 건네받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돼 논란이 불거진 사건을 언급하며 “성의를 무시하기 어려워 받은 디올 가방과 이를 몰래 촬영한 영상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정치인의 배우자로서 언제든 의도치 않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험난한 현실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며 “여론의 광풍 속에서 과도한 비난과 책임을 짊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탄핵과 구속으로 이어지는 절망적 상황에서 순간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을 참작해 주길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그간 김 여사는 각종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부인하다가 거짓말이 들통나기도 했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논란이 됐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등은 “홍콩에서 산 모조품”이라고 했지만 서희건설 측이 전달한 금품이라는 게 탄로 났다. 재판부는 이르면 26일 재판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연말 전후로 김 여사 1심 선고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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