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3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4 대통령실제공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6일 김 여사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로저비비에의 클러치백(손가방)을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현장에서 가방과 함께 압수한 ‘메모지’ 에 적힌 이름 등을 토대로 야당 정치인의 부인이 김 여사에게 이 가방을 건넨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공여자 이름 적힌 메모지도 확인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전날 김 여사 자택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재킷 16점과 팔찌 4개, 벨트 1세트(4개) 등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로저비비에의 클러치백을 확인했다. 압수수색 현장엔 이 가방을 누가 건넸는지 추정할 만한 메모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곧바로 법원에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이 가방을 확보했다.
특검은 현장에 있던 메모지 내용 등을 토대로 김 여사가 이 가방을 2023년 3월 이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수수 시점과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해당 정치인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대가를 바라고 가방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변호인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김 여사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다”며 “현재로선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선물로 정식 통과된 물건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여사가 가방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론 아직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는 한 번에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김 여사는 공직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특검은 현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인 김 여사가 청탁 등을 받고 대가성으로 가방을 수수했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이 확보한 로저비비에 가방은 구매 당시 가격이 100만 원 초중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여사는 올 8월 특검에 처음 출석할 당시에도 로저비비에의 검은색 낮은 구두를 신었고,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환영 만찬과 2023년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도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들고 나타났다. 다만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제품들은 특검이 압수한 제품과 같은 브랜드의 클러치백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디자인 제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 金 측 “그라프 목걸이 DNA 감정 맡겨달라”
특검이 확보한 디올 재킷, 벨트, 팔찌 ‘3종 세트’는 그간 김 여사가 보유하던 디올의 재킷과 벨트, 팔찌 제품 전체라고 한다. 특검은 이 중에서 용산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맡았던 영세 업체 21그램 대표 부인 조모 씨가 2022년 4~8월경 관저 공사 수주를 바라고 건넨 제품이 어떤 건지 가려내고 있다. 2022년 3월 다른 회사가 관저 공사를 의뢰받았다가, 21그램이 돌연 2022년 5월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따낸 배경에 대해 특검은 특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김 여사 측은 “특검은 압수제품을 특정하지 못하고 디올 제품 전체를 가져가려 했는데 이는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며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의 변호인은 7일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해 “전문기관에 유전자정보(DNA) 감정을 맡겨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목걸이 잠금 장치나 체인 부위 등에서 김 여사의 피부 등 DNA가 검출되는지 확인해 보자는 것. 앞서 김 여사는 통일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건넨 샤넬 가방 두 개를 받은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지만, 목걸이에 대해선 “받은 적 없다”며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통일교 교인들을 당원으로 입당시킨 혐의(정당법위반)로 김 여사와 건진법사 전 씨, 통일교 한학자 총재 등 5명을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바랐던 김 여사와 전 씨가 교인 입당 대가로 통일교 측에 정부 차원의 지원과 교단 인사의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한편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7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위증과 직무유기, 국가정보원법위반 정치관여금지 등 7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원장은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정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적 없다”는 등 허위 진술한 혐의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계엄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가면서 손에 든 문건을 접어 양복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일 오후 9시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전해들은 뒤에도 국정원법을 어기고 1시간 30여 분 가량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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