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급여 청구 4년새 32% 급증
현장 요원은 물론 사무직 차츰 늘어
일반 행정직 청구 작년 60% 급증
“위험 예방-대응 대책 마련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제63주년 소방의날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05. [서울=뉴시스]
인천소방본부 소속 직원 이모 씨(26)는 지난해 4월 화재 진압 중 발 골절상을 입었다. 부상 이후 통증으로 정상 근무가 어려워지자 그는 치료를 위해 공무상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이 씨는 “부상을 입었다고 하니 선후배들이 요양급여 신청 방법을 알려주었다”며 “그전엔 몰랐는데 인력은 적고 사건·사고가 늘어서인지 주변에 요양급여를 신청한 동료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9일 ‘소방의 날’을 맞은 가운데 소방공무원의 공무상 요양급여 청구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예방 강화를 지시했지만, 소방을 비롯해 경찰 등 현장 공무직의 요양급여 신청이 늘면서 일선 공무원들의 재해 위험을 낮추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요양급여(공무상 사고·질병) 청구와 승인 건수가 최근 5년간 크게 증가했다. 2020년 6409건이던 공무상 요양급여 청구 건수는 2024년 8448건으로 32% 늘었고, 승인 건수도 같은 기간 5638건에서 7040건으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 6409건에서 2021년엔 5471건으로 줄긴 했지만 이후 계속 늘어 2022년 5747건, 2023년 7654건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6월 기준)에도 이미 4131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다.
현장 업무가 많은 소방과 경찰에서 증가 추이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소방공무원의 공무상 요양급여 청구는 1752건, 승인 1429건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경찰공무원도 올해 상반기에만 1268건 넘게 신청해 6월 기준으로 최다 수준이다. 사무직 중심의 일반 행정직 청구 건수도 적지 않았다. 2022년 1066건이던 요양급여 청구 건수는 지난해 1728건으로 60% 이상 급증했다.
공무원노조는 현장직뿐 아니라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까지 각종 현장으로 차출되는 사례가 늘면서 안전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일우 공무원노조 경기시흥지부장(노동안전위원)은 “최근 사무실 행정 인력까지 현장 지원 인력으로 동원되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기본적인 안전 교육이나 대응 훈련 없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해 발생 후의 보상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태풍, 홍수 등 자연 재해 및 사회재난 등에 일반행정직 공무원들까지 투입되고 있는데, 정작 위험 예방 또는 대응 교육에 대한 교육은 부족하다”며 “재난 상황별 투입 계획과 교육을 만드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재해 예방 담당자를 지정하고, 사전 점검과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