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kg 폭약으로 ‘구조 방해물’ 타워 폭파… 매몰현장에 크레인 투입

  • 동아일보

400t 크레인으로 사고 타워 고정
잔해 하나씩 절단하며 구조 재개
위치 확인 2명중 1명 시신 수습
“후진국형 참사 되풀이되지 않길”

울산화력발전소 타워 폭파 해체 울산 남구 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엿새째인 11일, 무너진 5호기 양옆의 4·6호기(위쪽 사진)가 낮 12시 기둥에 설치된 폭약이 터지며 동시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아래쪽 사진). 두 타워의 추가 붕괴 우려가 제기되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신속하고 안전한 구조를 위해 폭파 해체를 결정했다. 이날 오후 3시 40분부터 구조가 재개됐고, 오후 10시 14분 매몰자 1명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됐다. 울산=뉴시스
울산화력발전소 타워 폭파 해체 울산 남구 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엿새째인 11일, 무너진 5호기 양옆의 4·6호기(위쪽 사진)가 낮 12시 기둥에 설치된 폭약이 터지며 동시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아래쪽 사진). 두 타워의 추가 붕괴 우려가 제기되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신속하고 안전한 구조를 위해 폭파 해체를 결정했다. 이날 오후 3시 40분부터 구조가 재개됐고, 오후 10시 14분 매몰자 1명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됐다. 울산=뉴시스
“쾅, 쾅.”

11일 낮 12시 정각,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현장에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두 차례 울려 퍼졌다. 무전기를 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관계자가 “5, 4, 3, 2, 1, 발파!” 카운트다운 후 버튼을 누르자, 무너진 보일러 타워 5호기 양옆의 4, 6호기에 설치된 폭약이 연쇄 폭발했다. 63m 높이의 철골 구조물이 불과 3초 만에 바다 반대 방향으로 주저앉았다. 하얀 먼지가 솟아올랐고,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까지 5∼6cm 크기의 파편이 날아갔다. 450m 떨어진 취재 지점에서도 거센 바람이 느껴질 정도였다.

중수본은 6일 무너진 5호기 양측 타워의 추가 붕괴 위험이 커지자 신속하고 안전한 구조를 위해 이날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발파 직후 매몰자 구조 작업이 재개됐고, 1명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됐다.

● ‘붕괴 위험’ 4, 6호기 폭파… 구조 재개

보일러 타워 2기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폭파 뒤에는 자욱한 분진이 5분 넘게 현장을 덮었다. 6분 뒤 ‘발파 완료’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이날 폭파에는 폭약 140kg과 기폭 장치 120개가 사용됐다.

이번에 해체된 4, 6호기는 붕괴한 5호기에서 각각 30m 떨어져 있다. 세 구조물은 철거를 위해 지난해부터 기둥과 철골을 미리 절단하는 ‘취약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6일 5호기가 갑작스레 붕괴하며 2명이 다치고 7명이 매몰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수색 작업 중 잔존 구조물의 붕괴 위험이 커지자 이날 폭파 해체가 단행된 것이다.

발파 후 3시간 40분이 지나 구조대는 수색 작업을 재개했고, 오후 10시 14분 5호기 잔해 속에서 60대 남성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 구조당국이 매몰 위치를 파악한 2명 중 1명이다. 이로써 이번 사고의 사상자는 부상자 2명, 수습된 사망자 4명으로 늘었다. 무너진 5호기 잔해 아래에는 여전히 3명이 매몰된 상태다.

11일 오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4, 6호기가 발파 해체된 후 실종자 수색 준비 작업에 크레인이 투입되고 있다. 울산=뉴스1
11일 오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4, 6호기가 발파 해체된 후 실종자 수색 준비 작업에 크레인이 투입되고 있다. 울산=뉴스1
구조 당국은 400t 크레인을 이용해 5호기 상판 끝부분을 고정한 뒤 잔해를 하나씩 절단하며 진입로를 확보할 계획이다. 위치가 확인된 매몰자부터 우선 구조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조 당국은 빔 절단기를 이용해 철근을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구간은 매몰탐지기와 지지대를 동원해 탐색과 안전 확보를 병행한다. 김승룡 중앙긴급구조통제단장(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소방 수색·구조 전문가 8개 팀 70여 명과 민간 해체 전문가, 첨단 장비를 총동원해 수색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 시민들 “기적적으로 살아 나오길” 기원

여전히 남은 매몰자들의 가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시민들도 생환을 기원했다. 사고 현장을 찾은 김영호 씨(47)는 “사고 후 6일째가 되도록 구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가족들은 얼마나 애가 타고 억장이 무너지겠느냐”며 “기적적으로 살아 나와서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붕괴 현장 인근에는 매몰자 7명을 기리기 위해 누군가 놓고 간 소주 한 병과 종이컵 7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시민 최현정 씨(38)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발표하지만 후진국형 참사는 잊을 만하면 또 일어난다”며 “이번만큼은 대책을 제대로 수립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인명 구조가 마무리되는 대로 현장 감식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장비 투입 과정에서 일부 구조물이 훼손될 수 있는 만큼, 드론 촬영 영상 등 확보 자료와 함께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과 철거 작업 관련 서류를 확보해 업무상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울산화력발전소#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폭파 해체#매몰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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