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여성의 집 앞에 짐더미를 쌓아 출입을 어렵게 한 행위가 감금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확정됐다. 현관 앞을 부분적으로 막아도 행동 자유를 구속하면 감금이 성립한다는 취지다. 기사와 상관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고령 여성의 집 앞에 가재도구를 쌓아 출입을 어렵게 하면 감금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감금은 반드시 벗어날 수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1심 무죄 판결을 뒤집은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감금 혐의로 기소된 70대 여성 A 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이웃 민원에 앙심 품고 현관 앞에 책장·화분 쌓아
70세 A 씨는 서울 관악구 다세대주택에서 78세 여성 B 씨와 이웃으로 살았다. 지난해 4월 B 씨는 “A 씨가 공용 공간에 자신의 물품을 쌓아둬 통행에 불편을 준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B 씨에게 보복하기 위해 B 씨 집 현관 앞 공용 공간에 책장, 테이블, 합판, 화분 등 가재도구를 촘촘히 쌓아올렸다. 이 공간은 B 씨가 집을 드나들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통로였다.
B 씨는 “현관문을 열어도 짐더미 때문에 나갈 수 없다”며 A 씨를 감금 혐의로 고소했다. 문제는 ‘출입을 어렵게 하는 행위’가 형법상 감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 1심은 무죄…“외출·귀가 가능했으므로 감금 아냐”
1심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의도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괴롭히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감금죄의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했다.
즉 “감금죄는 물리적으로 탈출이 불가능하거나 탈출할 때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이나 수치심 등이 뒤따르는 경우에 감금상태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재판부는 B 씨가 실제 외출한 뒤 오후에 귀가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감금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즉 불편함은 있었지만 ‘탈출 불가능’ 상태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 2심은 전면 뒤집어 유죄…“행동 자유 박탈은 전면적일 필요 없어”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정반대였다. 2심 재판부는 “감금의 본질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그 수단과 방법은 유형적인 것이나 무형적인 것을 가리지 않고, 사람의 행동의 자유 박탈은 반드시 전면적일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B 씨가 고령임을 고려할 때, 키 높이까지 쌓인 짐더미를 넘어 외출하는 행위 자체가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었고 실질적으로 출입을 크게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A 씨에게 벌금 30만원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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