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는 회사원 이모 씨(36)에게 주말은 ‘배터리 충전을 감시하는 날’이다. 외출을 미루고 집에 머물며 출퇴근용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가 충전되는 모습을 지켜본다. 혹시 모를 폭발이나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배터리 화재 뉴스를 볼 때마다 불안하지만, 집 안에서 충전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내 전기 이륜차 보급 대수는 7만 대를 넘어섰지만 충전 환경은 여전히 미흡하다. 전기 승용차는 공용 충전소를 이용하는 반면, 전기 이륜차는 다세대주택 실내 콘센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환경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정부는 민간 업체와 협력해 탈착식 배터리를 실외에서 충전할 수 있도록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이륜차 배터리와 규격이 맞지 않는 사례가 많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달 5일에도 BSS와 호환되지 않는 배터리를 실내에서 충전하던 중 발생한 화재로 예비부부가 목숨을 잃었다.
실내 충전은 위험하고 실외 충전 인프라는 부족해 이용자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에 배터리 제품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용자들도 안전한 충전 수칙을 숙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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