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된 전화번호를 신고 10분 내 차단하는 ‘긴급차단 제도’가 시행된다. 기존 48시간에서 대폭 단축돼 초기 24시간 피해를 막는 데 효과가 기대된다. ⓒ뉴시스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를 신고 후 10분 이내 차단하는 ‘긴급차단 제도’가 2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기존 2일가량 걸리던 이용중지 절차가 통신 3사와 제조사 협력으로 대폭 단축되면서, 피해 발생이 집중되는 초기 24시간 구간에서 범죄 수단을 얼마나 빠르게 끊어낼 수 있을지가 제도의 핵심 평가 지점이다.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은 23일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된 전화번호를 신고 즉시 통신망에서 차단하는 긴급차단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기존 2일가량 걸리던 이용중지 조치를 10분 수준으로 단축한 것이 골자다.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의 약 75%가 미끼문자·미끼전화 수신 후 24시간 안에 일어나는 만큼, 초기 대응 속도가 곧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구조라는 점이 배경이다.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절차는 최소 48시간 이상 소요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 10분 차단 가능해진 이유…삼성 ‘간편제보’와 통신망 직접 차단
경찰은 모든 피싱 연락이 국내 통신망을 거친다는 점에 착안해, ‘번호가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순간 차단’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해 지난해 12월부터 ‘간편제보’ 기능을 One UI 7.0 이상 탑재 기종에 적용했다. 사용자가 의심 연락을 길게 누르거나 통화기록을 선택하면 ‘피싱으로 신고’ 버튼이 나타나며, 통화녹음 기능이 켜져 있을 경우 녹음 파일까지 즉시 제출할 수 있어 신속한 단서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간편제보 기능은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만 제공된다. 경찰청은 “긴급차단 자체는 통신 3사 망을 기반으로 이뤄져 기종과 관계없이 모든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동일한 차단 효과가 적용된다”며 “운영체제(OS) 구조 차이로 인해 다른 제조사 단말기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통신사 기본 앱 활용이나 신규 앱 개발 등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기종이 아닌 이용자도 통합대응단 누리집을 통해 의심 번호를 신고할 수 있다.
● 차단되면 ‘발신·수신 모두 불가’…오인 차단 방지 장치도 마련
통합대응단은 접수된 번호를 분석해 범죄 이용이 의심될 경우 통신사에 즉시 차단을 요청한다. 통신사는 해당 번호의 발신·수신을 즉시 7일간 막는다. 긴급차단을 위한 약관은 통신 3사뿐 아니라 알뜰폰 50여개 사업자에도 일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차단 이후에는 범죄자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미끼문자를 보낼 수 없는 것은 물론, 미끼문자를 받은 사람이 나중에 확인하고 해당 번호로 통화하려 해도 연결되지 않는다. 이후 추가 분석을 거쳐 이용중지 절차가 진행된다.
차단된 번호로 통화를 시도하면 ‘경찰청 요청에 의해 차단된 번호’라는 안내 음성과 함께 통합대응단 번호가 고지된다. 정상 번호가 잘못 차단된 경우 이용자는 통합대응단에 해제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은 오인 차단 우려에 대해 “긴급차단 시스템은 접수되는 신고를 기반으로 일정 기준을 충족한 번호만 차단하도록 설계됐다”며 “정상 이용자의 휴대전화가 차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정상 번호 보호를 위해 화이트리스트 수시 관리와 수기 검토 인력 배치 등을 병행하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 실제 피해 중단 사례도 확인…“3주 시범운영에서 5249개 번호 차단”
긴급차단 제도가 실효성을 보였던 사례도 있다. 통합대응단이 실시간 모니터링 중 대출빙자형 음성파일을 확인해 번호를 즉시 차단하자, 또 다른 피해자에게 걸려 있던 통화가 그 즉시 끊기면서 피해가 중단됐다.
시범운영(약 3주) 기간 동안 총 14만5027건의 제보가 접수됐고, 이 중 중복·오인 신고를 제외한 5249개 번호가 차단됐다. 통신사 약관을 근거로 우선 시행됐으나, 경찰청은 다중피해사기방지법 제정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 등을 통해 법적 근거를 정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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