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2017년 내부 보고 문건 확인
한일해저터널 담당 ‘평화터널재단’
‘세계평화도로재단’으로 이름 바꿔
국토위 활동 林과 접촉한 기록 담겨
경찰, 전재수 통화 기록 확보 분석중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12월 통일교 계열 세계평화터널재단이 개최한 ‘한일 해저터널의 필요성과 과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통일교 내부 문건에는 임 전 의원이 이듬해인 2017년 11월 재단 명칭을 ‘세계평화도로재단’으로 변경하는 데 협조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홈페이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통일교 숙원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추진 재단의 명칭 변경을 도왔다는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이 확인됐다. 경찰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임 전 의원에게 선거자금을 건넸다는 진술과 별개로, 이미 수년 전부터 행정 현안을 해결해주는 유착 관계가 형성된 정황으로 보고 대가성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 “국토부 불허 사안, 임 의원 협조로 승인”
21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통일교 내부 문건인 ‘TM 특별보고’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17년 11월 말 한학자 총재에게 “세계평화터널재단의 명칭은 ‘세계평화도로재단’으로 변경하도록 승인받았다”며 “그동안 국토교통부가 (명칭) 변경을 불허하던 상태였는데 임종성 의원 협조로 어제 승인받았다”고 보고했다. TM은 한 총재를 가리키는 ‘참어머니(True Mother)’를 뜻한다. 통일교 간부들은 시력이 좋지 않은 한 총재에게 구두 보고를 하기 전 주요 내용을 이처럼 문건으로 정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재단은 통일교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사업 연구와 지원을 담당하는 단체로, 2008년 국토부 허가를 받아 설립됐다. 재단 명칭 변경은 정관 변경 사항으로 주무 관청인 국토부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문건에 따르면 국토부는 ‘명칭 변경 시 재단의 설립 목적이 변질될 수 있다’며 거부 기조를 유지했으나 2017년 11월 입장을 바꿔 이를 승인했다. 당시 임 전 의원은 국토부를 관할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경찰은 국토부의 행정적 판단이 정치적 외압에 의해 뒤집혔을 가능성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임 전 의원은 2016년 12월에도 해당 재단의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했다.
통일교 내부 문건에는 재단 명칭 변경 전후로 임 전 의원과 접촉한 기록이 상세히 담겼다. 2017년 10월 윤 전 본부장은 임 전 의원과 함께 대만을 방문해 현지 국회의원들과 만찬을 한 내용을 보고하면서 “임 의원이 국회 국토위 소속이라 (경기 가평군 통일교 내) 천원단지 건설에 힘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재단 명칭이 변경된 후 임 전 의원이 재단에서 직책을 맡은 정황도 문건에 적혀 있다. 2017년 12월 한 통일교 간부는 “국회에서 한일 (해저)터널 실현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있다”며 “이날 임 의원과 OOO 의원이 세계평화도로재단 고문을 수락해 위촉패를 드린다”고 보고 문건에 적었다.
● 경찰, ‘재단 승인↔자금 전달’ 대가성 수사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담수사팀은 이러한 2017년의 행보가 2020년 총선 전후 전달된 수천만 원 상당 금품의 ‘대가성’을 뒷받침하는 고리라고 의심한다. 윤 전 본부장이 선거자금을 건네기 훨씬 전부터 통일교가 임 전 의원을 ‘민원 해결사’로 활용하며 장기적인 유착 관계를 구축해 왔을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수사팀은 2020년 2월 문건에 임 전 의원이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함께 ‘총선 관리 대상’으로 명기된 점도 이러한 장기 유착의 연장선으로 의심하고 있다. 본보는 임 전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임 전 의원은 이달 18일 ‘돈봉투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한일 해저터널 관련) 한두 번 행사에 참석했는데 제 생각과 좀 다르다 싶어 그다음부터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19일 대면 조사한 민주당 전재수 의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전 의원은 2018년 통일교로부터 현금 2000만 원과 고가 명품 시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데, 전 의원이 받은 금품 액수가 3000만 원을 넘지 않을 경우 공소시효가 연내 완성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3000만 원 이상일 경우 1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경찰은 전 의원과 임 전 의원이 각각 금품 수수 의혹이 있는 시기의 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한편 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2021년 4월 20일 통일교가 설립한 비정부기구인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신통일한국시대’ 콘퍼런스에 영상 축사를 보내 “UPF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일 해저터널을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어 의원은 최근 전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사퇴한 후 후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취재팀은 이날 어 의원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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