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천식에서 ADHD 약까지… 5년간 공급중단 1400건

  • 동아일보

韓, 원료 中-완제품은 유럽에 의존… 작년 원료 의약품 자급률 31% 그쳐
단가 맞추려 값싼 中-인도 원료 수입… 현지서 공급 차질 땐 바로 영향 미쳐
“복제약 중심 제약사 체질 바꿔야”

2024년 천식 환자가 쓰는 기관지 확장제인 벤토린네뷸이 해외 제약사의 생산 차질로 인해 이듬해까지 국내 공급이 중단됐다. 천식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비싼 대체약을 처방받아야 했다. 지난해엔 대상포진을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인 발트렉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콘서타 등도 공급이 지연돼 품귀 현상을 빚었다.

최근 5년간 이 같은 수입 의약품 공급 중단 사례가 약 1400건에 이르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의약품 원료는 중국, 완제품은 유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외부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복제약(제네릭)에 치중돼 있는 국내 제약사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 의약품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최근 5년 수입 의약품 공급 중단 1400건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제약사가 보고한 수입 의약품 공급 중단 사례는 총 1418건이다. 연도별로 2021년 185건, 2022년 254건에 이어 지난해는 332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2월까지 46건이 접수됐다.

공급 중단의 원인으로는 현지 제조사 문제(239건)가 가장 많았고, 원료 수급 차질(157건), 채산성 악화(146건)나 판매 부진(144건)으로 인한 생산 중단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완제 의약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 의약품의 자급률이 낮다 보니 이런 해외 변수엔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31.4%에 불과했다. 수입국별로는 중국의 비중이 36.2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유럽연합(EU·25.65%), 인도(13.45%) 순이었다. 지난해 완제 의약품 자급률은 69%로, 2017년 77.6%보다 8.6%포인트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대유행)이나 전쟁, 외교 문제 등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필수 의약품 공급도 중단될 수 있어 의약품 자급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낮은 임금과 대규모 생산 시설을 바탕으로 값싼 원료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들도 완제 의약품 단가를 맞추기 위해 국산 원료 대신 값싼 수입 원료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부의 전략적 육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복제약 중심’ 국내 제약사 체질 바꿔야

국내 제약 업계가 신약 개발보다는 복제약 생산에만 주력하면서 의약품 공급 불안이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고용 인원 10명 미만인 영세 제약사 비중은 2012년 26.9%(199곳)에서 2024년 42.3%(587개)로 크게 늘었다. 연간 생산 규모 10억 원 미만 제약사도 같은 기간 18.9%(54곳)에서 30.3%(121곳)로 증가했다. 우후죽순 늘어난 영세 제약사들이 값싼 해외 원료에 의존해 복제약을 생산해 내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자급화를 위해선 약가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리지널(원제품) 대비 복제약 가격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 초반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제약 가격을 낮춰 제약사가 수익성 높은 신약 개발에 더 집중하도록 체질 개선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최근 의약품 공급 중단 신고가 증가하는 것은 국내 의약품 공급 체계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신호”라며 “정부가 의약품 공급 중단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필수의약품 공급망 안정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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