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월드컵]
트럼프 “징계 재검토 요청했다” 인정… FIFA 회장 “절차 설명했을 뿐” 해명
유럽축구연맹 “월드컵 신뢰성 훼손”… 벨기에, 트럼프 춤 골 세리머니도
경기 관람하는 FIFA 회장… 실점 뒤 드러누운 美 공격수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앞줄 오른쪽), 신디 콘 미국축구협회(USSF) 회장(앞줄 왼쪽)이 6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치러진 벨기에와 미국의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을 관람하고 있다(왼쪽 사진). 벨기에가 미국을 4 대 1로 완파했다. 벨기에가 잇따라 득점하자 미국의 핵심 공격수 폴러린 벌로건이 그라운드에 누워 괴로워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벌로건은 앞서 32강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이날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한 후 출전정지 징계가 1년 유예됐다. 시애틀=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요청해 미 축구대표팀 핵심 공격수 폴러린 벌로건의 출전정지 징계를 유예하는 무리수를 뒀음에도 6일(현지 시간) 미국이 벨기에와의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1 대 4로 대패했다.
경기 공정성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의 행태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인판티노의) 통화는 월드컵 96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재검토 요청”… 심판 겨냥 음모론까지 제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자신은 벌로건의 행위를 반칙으로 보지 않았다며 “내가 한 일은 인판티노에게 재검토를 요청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레드카드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나는 매우 존경받는 인물과 통화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인판티노 회장의 평판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했다.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경기에 개입하려 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행위가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것이다.
앞서 벌로건은 2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미국의 2-0 승리에 기여했지만,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는 반칙으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는 다음 경기에 자동으로 출전 정지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 뒤 FIFA가 벌로건의 출전 정지를 1년간 유예하면서 그는 이날 16강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설명했지만, ‘벌로건 구하기’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도 대거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2강전 직후 백악관 당국자들이 해당 판정을 집중 논의한 결과, 이를 국가적 사안으로 끌어올려 결과를 뒤집기로 했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앤드루 줄리아니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 집행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하며 출전정지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징계 철회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벌로건에게 퇴장을 명령한 심판을 겨냥해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그는 “그 심판은 과거를 보면 조금 의심스럽다. 원한다면 그의 과거 기록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 인판티노 “절차 설명했을 뿐”… 유럽축구연맹 “대회 신뢰성 훼손”
논란이 커지자 인판티노 회장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FIFA의 독립 사법기구가 관여하는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만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것이 FIFA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며, 내가 언제나 지킬 원칙”이라고 했다.
인판티노 회장의 해명에도 전 세계 축구계를 중심으로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날 “규칙의 확실성이 그 규칙의 수호자들에 의해 더 이상 보장되지 않을 때, 경기의 진실성은 위태로워지고 대회의 신뢰성은 훼손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례 없고, 이해할 수 없으며, 정당화할 수 없는 결정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벨기에축구협회는 “FIFA로부터 벌로건의 출전 자격 회복에 대한 공식 결정문이나 설명을 받지 못했다”며 “선수의 출전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대표팀에서조차 벌로건의 출전정지 유예 소식이 알려지자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NYT가 보도했다.
또 NYT는 “이번 논란은 단순한 스포츠 문제가 아니라 최근 1년 반 동안 이어져 온 미-유럽 간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며 벌로건의 출전 허용 문제가 미-유럽 간 새로운 외교 갈등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 벨기에, 쐐기골 넣은 후 ‘트럼프 춤’ 세리머니
한편 이날 미국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벨기에 대표팀 로멜루 루카쿠가 네 번째 쐐기골을 터뜨린 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춤 동작을 흉내 내는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벨기에 대표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루카쿠의 세리머니 사진에는 ‘이것도 뒤집어 봐(Overturn this)’라는 글이 달렸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기록하며 미국의 에이스로 떠오른 벌로건은 출전정지 유예로 이날 선발 출전해 3개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득점에 실패했다. 벌로건은 경기 후 “레드카드를 받았을 때도, (벨기에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을 때도 그 결정을 받아들였다”며 “이 문제에 대해 더 할 말이 없다. 다만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오늘은 벨기에가 더 나은 팀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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