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 투병 향년 71세로 별세
남-북극, 에베레스트 세 극점도 정복
국내 최다-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
초경량 비행기로 1800km 비행도
허영호 대장이 1987년 12월 에베레스트(해발 8848m) 정상에서 태극기를 앞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허 대장은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이자 겨울철에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다. 동아일보DB세계 최초로 7개 대륙 최고봉과 3대 극점(남극·북극·에베레스트)을 모두 밟는 기록을 남긴 산악인이자 탐험가 허영호 대장이 향년 7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54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지난해 12월 담도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던 중 29일 영면했다.
제천고와 청주대,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한 고인은 1982년 히말라야 마칼루(해발 8463m)를 등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산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산악인 사이에서 ‘죽음의 산’으로 알려진 마나슬루(8163m)를 단독 등정했고, 1987년 12월 22일에는 고상돈 대장(1948∼1979)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섰다. 한국인이 겨울철에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것은 허 대장이 처음이었다. 세계적 권위의 탐험 전문 인터넷 사이트 ‘익스플로러스웹닷컴’은 “2023년까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1만2015명 중 겨울에 정상에 오른 사람은 15명에 불과하다”며 “에베레스트 겨울 등반 역사는 통계나 기록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허 대장의 에베레스트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2010년에는 부인을 먼저 떠나 보낸 뒤 아들 재석 씨(41)와 에베레스트를 오르기도 했다. 재석 씨는 당시 “어머니가 5년 동안 병으로 고생하다 떠나고 나니 가족의 첫 여행지였던 곳에서 어머니를 보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허 대장은 2017년 5월에도 63세 나이에 에베레스트에 올라 국내 최고령 등정 기록을 세웠고, 국내 최다(6회)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도 갖고 있다.
허 대장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1995년 북극점을 마지막으로 세계 세 번째로 지구 3대 극점 도달에 성공하면서다. 그는 또 △남아메리카 아콩카과(6961m) △북아메리카 매킨리(6194m)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오세아니아 칼스텐츠(4884m) △유럽 엘브루즈(5642m) △남극 빈슨 매시프(4892m)를 차례로 등정해 7대륙 최고봉에 모두 오르는 기록도 남겼다. 도전 과정에서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대원 전원의 무사 귀환을 이끈 리더십도 산악인 사이에서 귀감이 됐다. 정부는 1996년 고인에게 체육훈장 중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서훈했다.
2008년 초경량 비행기로 여주∼제주 왕복 1000km 비행에 성공한 허 대장. 동아일보DB허 대장은 어린 시절 꿈이었던 파일럿이 되기 위해 1998년 초경량 항공기 조종면허증을 따기도 했다. 2008년 4월 여주∼제주 1000km 단독 비행에 도전해 성공했고 2011년에는 초경량 비행기로 고향인 충북 제천을 출발해 국토의 동쪽(독도), 남쪽(마라도), 서쪽(가거도) 끝을 거쳐 다시 제천으로 돌아오는 1800km 단독 비행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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