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이렇다. V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2019년 12월 19일 제16기 제2차 이사회를 통해 정규리그 우승 대신 정규리그 1위라는 표현을 쓰기로 의결했다. 정규리그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우승 팀의 상금 규모를 늘리고 2,3위 팀까지 상금을 주기로 하는 과정에서 우승이 아닌 1위라 표기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KOVO는 챔피언결정전 승리를 우승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스포츠팬들의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 정규리그와 챔프전을 별도로 치르는 프로농구, 여자프로농구의 경우 챔프전 결과와 별개로 정규리그 우승을 인정하고 있다. 프로야구 역시 한국시리즈와 별개로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표현을 쓴다. 정규리그와 챔프전 석권을 통합우승이라 부르는 이유도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우승이 엄연히 다르다는 반증이다. (남자부 대한항공은 지난시즌 V리그 최초로 4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이뤘다.)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우승’ 을 한 현대캐피탈. KOVO 제공.규정의 실효성도 문제다. 이사회 의결이 5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규리그 1위와 우승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동안 기자가 만난 선수들도 “정규리그 우승과 1위의 차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거나 “1위로 표기가 바뀐지 몰랐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디어에서도 여전히 정규리그 1위가 아닌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표현을 쓰는 일이 허다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정규리그 위상 제고’라는 연맹의 취지와 달리 자칫 정규리그의 의미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시즌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팀의 모 선수는 “챔프전 우승도 중요하지만 한 시즌 동안 정규리그 36경기 레이스를 통해 일궈낸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1위라고 표현하지만 선수들끼린 사실상 우승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게 당연하듯, 더 늦기 전에 ‘정규리그 우승을 우승이라 부르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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