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도 좌절한 ‘아멘 코너’… 다른 홀도 “아멘” 각오해야[‘골프 대디’ 안재형의 마스터스 돋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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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맞춰 단장한 오거스타GC… “골프장 그림속에 들어와 있는 듯”
아름다운 풍광 속 치명적 난코스
2011년 우승 직전 희생 매킬로이
“고개 숙이고 내 할 일 집중할 것”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연습라운드 도중 공을 위로 던진 뒤 바라보고 있다. 매킬로이는 10일 개막하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오거스타=AP 뉴시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연습라운드 도중 공을 위로 던진 뒤 바라보고 있다. 매킬로이는 10일 개막하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오거스타=AP 뉴시스
안재형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
안재형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
“2009년 이곳에 처음 왔을 땐 ‘매그놀리아 레인(Magnolia Lane)’으로 들어가는 게 너무 행복했다. 평생 이 코스를 걸어 다닌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가 마스터스 개막을 이틀 앞둔 8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단 한 번이라도 플레이해 보는 건 모든 골퍼의 꿈이다. ‘골프의 천국’ 마스터스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매그놀리아 레인이다.

골프장 정문에서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길인 매그놀리아 레인은 도로 양옆에 1850년대에 심어진 목련 나무들이 200m가량 줄지어 서 있다. 이 길에 들어서면 마스터스의 91년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 9월 이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나무들이 손상돼 과거처럼 빽빽한 모습은 아니었다.

대회 기간에 맞춰 만개한 철쭉과 녹색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그린은 마스터스를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든다. 여섯 번째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아들 (안)병훈이는 “아빠, 내가 골프장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골프장 측은 통상 대회 5개월 전부터 마스터스 준비에 들어간다고 한다. 개막 후에도 철저한 코스 관리가 이어진다. 작년 병훈이가 파3홀 티박스에서 공을 치다 디봇이 생겼는데, 다음 날 다시 그 홀에 가봤더니 디봇 자국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 코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23승을 거둔 리디아 고(28·뉴질랜드)도 최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처음 라운딩했던 소감을 밝히면서 “마스터스에 선수로 출전하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멘” 소리가 절로 나는 ‘아멘 코너’(11∼13번홀)는 ‘대형 사고’가 속출하는 곳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마스터스만 남겨둔 매킬로이가 아멘 코너의 대표적인 희생자였다. 그는 2011년 대회 마지막 날 선두를 달리다 11번홀(파4)에서 보기, 12번홀(파3)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를 했다. 그리고 13번홀(파5)에서 티샷을 개울에 빠뜨리며 우승의 꿈을 접었다(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역대 가장 어려웠던 홀은 11번홀로 평균 스코어가 4.304타였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홀마다 특색이 있다. 스코어를 줄여야 하는 골퍼들로서는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아멘 코너가 아닌 홀에서도 자칫 실수하면 “아멘”을 외칠 수밖에 없다. 1번홀(파4)부터 헤매기 시작하면 좀처럼 자신의 페이스를 찾기 힘들다. 그린은 굴곡이 심하고 유리판처럼 빠르다. 그린 뒤편이 내리막인 곳도 많아 퍼트가 조금만 길면 공이 그린 밖으로 나가 버리곤 한다.

마스터스 우승이 절실한 매킬로이는 “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알지만 고개를 숙이고 내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천 번 만 번 옳은 말이다. 마스터스에서 선수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치는 것뿐이다. 어차피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 재킷’은 신이 점지하는 것이니까.

#로리 매킬로이#미국프로골프#PGA투어#마스터스#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아멘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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