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빈이 30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LIV골프 한국 대회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그는 “어린 팬들이 대회를 보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LIV골프 한국 대회는 2일 개막한다. 인천=뉴스1
“많이 속상했던 지난주 대회는 잊고 싶다. 한국 대회에 초점을 맞춘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한국 선수 최초로 LIV골프에 진출한 장유빈(23)은 LIV골프 사상 첫 한국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두고 30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유빈이 이런 말을 한 건 지난주 멕시코시티 대회를 올 시즌 최악인 최하위(53위)로 마쳤기 때문이다.
올해 LIV골프에 데뷔한 장유빈은 재미 교포 케빈 나(42),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35) 등이 소속된 팀 아이언헤즈GC의 일원으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합숙 훈련을 하며 장유빈의 새 무대 적응을 도왔던 동료들은 멕시코시티 대회에서 장유빈에게 처음으로 쓴소리를 했다. 장유빈은 “(형들이) ‘세계 무대에서 통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남들 앞에서 당당해질 때까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은 10년 전 프레지던츠컵(유럽을 제외한 인터내셔널 팀과 미국 팀의 단체대항전)이 열렸던 곳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필 미컬슨(55), 버바 왓슨(47·이상 미국) 등 당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스타 선수들이 미국 팀 소속으로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했다. 장유빈은 “어릴 때 프레지던츠컵을 보면서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보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대상과 상금왕 등 5관왕을 휩쓴 장유빈은 PGA투어 진출의 꿈을 접고 방향을 틀어 LIV골프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 PGA투어 통산 상금 1위인 임성재(27)는 최근 장유빈의 선택을 두고 “나라면 LIV골프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PGA투어엔 돈과 명예가 모두 있다”고 말했다.
장유빈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팀에 영입한 케빈 나는 임성재의 발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생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인 만큼 어디서든 골프를 잘 치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유빈은 “다음에 얘기하겠다”며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LIV골프는 4라운드로 진행되는 PGA투어와 달리 컷 탈락 없이 3라운드 54홀 경기로 열리며 샷건 방식(각 홀에서 동시 티오프)으로 진행된다. 경기 내내 코스에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와 선수들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경쟁을 펼친다.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PGA투어에서 LIV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은 꼴찌를 해도 5만 달러(약 7100만 원)를 받는다. 우승 상금은 400만 달러(약 56억8000만 원)다. 이는 장유빈이 KPGA투어 상금왕에 오를 때 획득한 시즌 총상금(약 11억2900만 원)의 5배가 넘는다.
이번 대회는 2019년 제주도에서 열린 PGA투어 더CJ컵 이후 6년 만에 세계적 골퍼들이 한국을 찾는 대형 골프 이벤트다. PGA투어에서 통산 11승을 거둔 뒤 2023년 12월 LIV골프 이적을 발표한 욘 람(31·스페인)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람은 최대 6억 달러(약 8540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올 정도로 LIV골프가 공을 들여 영입한 선수다. 람은 “코스가 아름답고 날씨도 좋다. 개인전뿐만 아니라 단체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LIV골프는 개인전 우승 외에 각 팀 선수들의 스코어를 합산해 단체전 우승 팀도 가린다. 단체전 우승 상금은 300만 달러(약 42억6800만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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