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맞대결 처음이지”… ‘현의 노래’ 울려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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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김광현, 우천 취소 안되면 내일 데뷔 20년만에 첫 선발 격돌
2010년엔 비 내려 대결 무산… MLB서도 ‘마운드 상봉’ 불발
류 “비 안오길, 하늘이 도와야”
김 “여유 많이 생겨… 재밌을 것”

2010년 5월 23일에는 모든 프로야구 팬들의 시선이 대전구장으로 향했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왼손 에이스 한화 류현진(38)과 SK(현 SSG) 김광현(37)의 선발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팬들이 ‘하늘이 만들어 준 대결’이라며 기대했던 그 경기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쏟아진 비로 인해 취소됐기 때문이다. 후배 김광현이 한화 더그아웃을 찾아 류현진과 악수를 나누면서 둘은 다음을 기약했다. 류현진은 “이왕 할 거면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광현은 “다음에 꼭 만날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렀다. 어느덧 베테랑이 된 두 선수는 미뤄뒀던 첫 맞대결을 펼친다.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와 SSG의 경기가 그 무대다. 우천 취소나 갑작스러운 컨디션 난조 등의 변수만 없다면 류현진과 김광현은 나란히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류현진은 20일 KT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같은 날 김광현도 두산을 상대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로테이션대로라면 두 선수는 모두 5일 휴식 후 26일에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20일 경기 후 김광현과의 맞대결을 묻는 질문에 류현진은 “(요즘 비가 많이 와서) 우선 하늘이 도와야 한다. 괜히 상대 투수를 신경 쓰다 보면 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김)광현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광현 역시 “부담이 있었던 어릴 때와 달리 이젠 여유도 많이 생겼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재밌을 것 같다”고 밝혔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과 한 해 늦은 2007년 SK에서 데뷔한 김광현의 매치업은 KBO리그에서 함께 뛴 7시즌(2007∼2012, 2024년) 동안 한 번도 성사되지 못했다. 2010년 올스타전과 2011년 시범경기에서 한 차례씩 만난 게 전부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신인 시절부터 함께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활약했다. 류현진은 데뷔 첫해인 2006년에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과 함께 신인왕,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며 ‘괴물 투수’로 자리 매김했다. 2013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 입단해 11시즌 동안 빅리거로 활약했고, 2019년엔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2007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김광현 역시 2년 차인 2008년에 다승, 탈삼진 1위에 오르며 투수 부문 골드글러브와 그해 리그 MVP를 수상했다. 2009년엔 승률과 평균자책점 부문 타이틀을 석권하며 당시 ‘SK 왕조’를 이끌었다. 한국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2020년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며 빅리그에 진출했다.

하지만 둘은 미국에서도 만나지 못했다. 류현진이 토론토,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소속으로 함께 뛴 2시즌(2020, 2021년) 동안에도 같이 등판한 경기는 없었다.

둘은 오랜 라이벌이지만 영광을 함께한 동료이자 각별한 형, 동생 사이이기도 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9전 전승 금메달을 합작했고,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토론토로 이적하며 새출발을 하게 된 2020시즌을 앞두고 둘은 함께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 야구 최고의 순간을 함께했던 류현진과 김광현은 이제 각 팀의 베테랑으로 승부의 길목에서 만난다. MLB 시절을 포함해 프로 20년 차를 맞은 류현진은 올해 16경기 동안 6승 4패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하며 팀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19년 차 김광현 역시 올 시즌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며 18경기에 등판해 5승 7패 평균자책점 4.01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예전엔 코칭스태프나 프런트가 두 투수의 맞대결을 최대한 피하려 했다. 부담이 크고, 무리를 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과 이숭용 SSG 감독은 순리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중위권 싸움에 한창인 이 감독은 “멋지게 붙어보면 좋겠다. 한화가 너무 잘하고 있을 때 붙게 됐지만, (김광현이) 최선을 다해서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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