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포옛 감독이 되살린 ‘명가’ 전북, 19경기 연속 무패 행진…왕좌 탈환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5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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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포옛 전북 감독이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25 코리아컵 8강전(1-0·전북 승)에서 승리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고 있다. 뉴스1

“원래 올 시즌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팀의 정상화였다. 분명한 것은 목표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거스 포옛 전북 감독(우루과이)은 최근 팀의 승리를 이끈 뒤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북은 지난 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에서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내몰리는 수모를 겪었지만, 올 시즌 포옛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포옛 감독이 직접 우승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북은 4년 만의 왕좌 탈환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통산 10번째 우승을 노리는 전북은 25일 현재 승점 51(15승 6무 2패)로 K리그1 선두를 달리며 2위 대전(승점 39)에 승점 12점이 앞서있다. 19경기 연속 무패(15승 4무) 행진 중인 전북은 26일 광주와의 2025시즌 리그 24라운드 방문경기에서 20경기 연속 무패에 도전한다. 전북이 광주전에서 패하지 않으면 역대 K리그 최다 연속 경기 무패 단독 5위가 된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점(59골)을 기록하고 득점(49골)도 12개 팀 중 7위에 그쳤던 전북은 올 시즌엔 완벽한 공수 조화를 자랑하고 있다. 이날 현재 전북은 12개 팀 중 가장 많은 41골을 넣고 가장 적은 실점(18골)을 기록 중이다.

전북이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불렸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은 건 포옛 감독이 추구하는 ‘롱볼’ 전술이 효과적으로 팀에 이식됐기 때문이다. 포옛의 전술은 무작정 전방으로 멀리 공을 보내는 이른바 ‘뻥 축구’와는 다르다. 후방에서 공을 돌리면서 상대를 자신의 진영 쪽으로 끌어들인 뒤 키 195cm의 장신 공격수 콤파뇨(29·이탈리아) 쪽으로 긴 패스를 뿌린다. 콤파뇨가 공중볼을 따내면 전진우(26), 김진규(28), 강상윤(21) 등 기동력이 좋은 선수들이 달려들어 공을 낚아챈 뒤 득점으로 연결한다.

이런 축구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수 전환을 빠르게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포옛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동계훈련 때부터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실시했다. 선수들은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를 병행하는 고강도 훈련을 두고 ‘지옥의 훈련’이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포옛 감독은 선수들이 완벽한 몸상태를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식단까지 직접 챙겼다. 전북 관계자는 “감독님의 요청으로 선수들의 식단에서 돼지고기가 사라졌다. 짠 음식도 금지됐다. 영양사님이 고생을 많이 하신다”면서 “선수들의 체지방률 체크도 수시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포옛 감독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 별로 세세한 움직임을 주문한다. 수비수 최철순(38)은 “포옛 감독님은 포지션마다 ‘골든 룰’을 만들고 선수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신다”면서 “수비진에겐 특히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강조하신다”고 했다.

포옛 감독은 열정적인 지도 방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3일 강원전(2-0·전북 승)에서 골키퍼 송범근(28)이 빠르게 골킥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송범근이 전방에 있던 콤파뇨에게 빠르게 공을 연결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포옛 감독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좀 구식이라서 그렇다. 내가 선수로 뛰던 1990년대엔 이런 일이 많았다”며 송범근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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