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능력 더 키울 믿음 있어”… NBA 하부-호주 리그서 경험 쌓아
평가전 득점-리바운드 몸 안사려… 日감독도 “가장 인상 깊은 선수”
5일 개막 아시아컵 조별리그 출전… “주전들이 에너지 먼저 불어넣어야”
한국 농구대표팀 포워드 이현중이 지난달 카타르와의 안방 평가전에서 리바운드를 따내고 있다. 이현중은 대표팀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앞두고 지난달 치른 네 차례 평가전에서 평균 득점(21.3점)과 리바운드(10개) 모두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넘버 1’(등번호) 선수다.”
토머스 호바스 일본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58·미국)은 지난달 한국과의 평가전을 마친 뒤 ‘인상 깊은 선수가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 농구 대표팀의 등번호 1번을 달고 있는 선수는 포워드 이현중(25)이다. 이현중은 대표팀이 지난달 일본, 카타르를 상대로 치른 네 차례 안방 평가전에서 평균 21.3점, 10리바운드, 4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4전 전승을 이끌었다. 하칸 데미르 카타르 감독(57·튀르키예)도 한국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로 이현중을 꼽았다. 데미르 감독은 한국과의 첫 평가전을 마친 뒤 “이현중이 전반에만 20점을 넣었다. 팀플레이로 만들어 낸 득점이어서 더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현중은 득점 외에도 적극적인 공격 리바운드 가담과 투지 넘치는 허슬 플레이로 팀을 이끌어 관중으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최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현중은 “평가전이지만 꼭 이기고 싶었다. 동료들과의 호흡과 경기력을 평가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단 1분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부터 미국프로농구(NBA) 입성을 꿈꾸며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한 이현중은 올여름 NBA의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는 서머 리그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준비 중인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좋은 성적을 내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안준호 한국 대표팀 감독(69)은 “이현중은 우리 팀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팀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동료가 코트에 넘어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일으켜주는 선수가 이현중이다”라고 말했다.
이현중은 평가전 당시 잠시 벤치에서 쉴 때도 거의 일어서서 동료들을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이현중은 “호주 리그(일라와라)에서 뛸 때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우승을 차지했다”면서 “주전 선수들의 행동은 팀원 전체에게 영향을 끼친다. 주전들이 앞장서서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면 자연스럽게 모두가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현중은 ‘도전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선수다. 그는 미국 데이비슨대 3학년을 마친 뒤 2022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NBA에 도전했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NBA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NBA 하부리그인 G리그와, 호주 리그 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계속해서 해외 경험을 쌓았다. 이현중은 다음 시즌엔 일본프로농구 B리그 나가사키에서 뛴다. 한 시즌을 마친 뒤엔 다시 G리그 등 미국 무대에 진출해 NBA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해외파 특급 유망주’로 불렸던 이현중이 일찌감치 해외 생활을 접고 한국 프로농구팀에 입단했다면 국내 최고 대우를 받고 농구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현중은 “(해외에서) 내 능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도전을 포기해 성장이 멈추면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했다. 이현중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모든 것은 불가능하다. 누군가 그걸 해내기 전까진(everything‘s impossible until someone does it)’이다. 그는 영어 문구를 팔에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다. 이현중은 “주위에서 ‘(NBA에 진출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꿈을 이뤄내기 위해 스스로를 극한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라고 했다.
FIBA 아시아컵은 5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다. A조의 한국은 호주, 카타르, 레바논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한국은 1997년 우승 이후 28년 동안 이 대회 정상에 서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은 안방 평가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팬들로부터 ‘황금세대’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현중은 냉정한 마음가짐으로 아시아컵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이현중은 “우리는 아직 결과를 만들어 낸 게 없다. 우선 아시아컵에서 최선을 다하고 언젠가는 FIBA 월드컵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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