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의 함지훈(오른쪽)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마련된 한국프로농구(KBL) 팝업스토어를 두 아들 승후, 윤우(왼쪽부터)와 함께 찾아 1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프로농구 현역 선수 중 최고령인 포워드 함지훈(41·현대모비스)은 지난달 30일 한국농구연맹(KBL)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마련한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프로농구 홍보를 위해 ‘1일 아르바이트’에 나선 그는 각종 시설 안내를 담당했다. 이날 아르바이트에 나선 다른 구단 선수들은 20대였다. 40대는 두 아들 승후(11), 윤우(7)와 함께 온 함지훈이 유일했다.
5월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은 양동근 감독(44)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는 함지훈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지명하며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했다. 양 감독은 함지훈을 다음 시즌 팀을 이끌 주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함지훈은 “모든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재밌게 하려고 한다. 은퇴하고 나면 팝업스토어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주장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함지훈은 양 감독이 현대모비스에서 선수로 뛸 때 다섯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2009~2010, 2012~2013, 2013~2014, 2014~2015, 2018~2019시즌)을 합작하며 ‘현대모비스 왕조’를 세웠다. 함지훈은 “양 감독님의 성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다. 선수들과 감독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함지훈이 양 감독과 함께 현대모비스를 리그 최강의 팀으로 만들었을 당시 사령탑은 ‘만수(萬手·만 가지 수)’ 유재학 전 감독(62)이었다. 유 전 감독은 자신이 선수들의 움직임에 100% 만족할 때까지 반복 훈련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유 전 감독의 작전을 코트에서 가장 완벽히 구현해냈던 포인트가드인 양 감독의 훈련 스타일은 어떨까. 함지훈은 “양 감독님은 유 전 감독님과 비슷한 면이 아주 많다. 카리스마도 있고 운동 강도도 높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유 전 감독님의) 향기가 난다”며 웃었다.
함지훈은 현대모비스에서만 17시즌을 뛴 ‘원클럽 맨’이다. 역대 프로농구 선수 중에 함지훈보다 한 팀에서 오래 뛴 선수는 없다. 과거 현대모비스에서 뛰었던 한 후배 선수는 이적을 하면서 함지훈에게 “이렇게 (훈련이) 힘든 곳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는 게 정말 존경스럽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함지훈은 “나는 옆에서 누가 강하게 밀어붙여야 잘 하는 스타일이라 현대모비스에 온 게 행운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함지훈은 프로농구에 데뷔한 2007~2008시즌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플레이오프가 치러지지 않은 2019~2020시즌을 빼고는 모든 시즌에 팀을 플레이오프(PO)로 이끌었다. PO 15회 연속 출전은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하지만 함지훈은 “큰 부상이 없었고 팀에 경쟁력 있는 외국인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함지훈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 능력은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토대로 한 영리한 플레이 능력은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이다. 양 감독은 선수 시절 함지훈에게 “내가 너와 같은 스타일로 농구를 했으면 50세까지 선수 생활을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함지훈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BQ(농구 아이큐)가 발달한 것 같다. 내가 신체 능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였다면 굳이 머리를 많이 쓰면서 농구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함지훈은 최근 몇 년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챔프전) 우승을 한 뒤 은퇴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프로농구 챔프전 최다(7회) 우승팀인 현대모비스의 마지막 우승은 2018~2019시즌이다. 2025~2026시즌을 준비 중인 함지훈은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함지훈은 “다음 시즌에 단 5분을 뛰더라도 젊은 선수들에게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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