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 꽃핀 배소현 “올해도 다승 이루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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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드림투어-KLPGA 오가다 작년 31세에 154번째 대회서 첫 승
3승 공동 다승왕→올 전반기 부진
‘디오픈’보며 골프사랑 새삼 깨닫고 후반기 첫 대회서 시즌 첫 승 일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후반기 첫 대회인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4승을 거둔 배소현이 12일 경기 용인 수원컨트리클럽에서 본보 카메라 앞에 섰다. 31세였던 지난해 3승을 거두며 뒤늦게 꽃을 피운 그는 올해도 우승을 추가하며 대기만성을 보여줬다. 용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후반기 첫 대회인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4승을 거둔 배소현이 12일 경기 용인 수원컨트리클럽에서 본보 카메라 앞에 섰다. 31세였던 지난해 3승을 거두며 뒤늦게 꽃을 피운 그는 올해도 우승을 추가하며 대기만성을 보여줬다. 용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골퍼 배소현(32·사진)의 손가락에는 두 개의 작은 문신이 새겨져 있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엔 가족들의 이니셜이, 왼손 중지엔 ‘카르페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2011년 10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입회한 배소현이 이듬해인 2012년 스무 살을 맞아 새겨 넣은 문신이다. 배소현은 골프채 그립을 쥘 때마다 두 문구를 마주한다. 12일 경기 용인 수원컨트리클럽에서 만난 배소현은 “당시 드림투어(2부)를 뛰고 있었다.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1부 리그에 올라오지 못했다”며 “골프를 하려는 동기를 찾고 현재에 더 집중하자는 의미로 두 문구를 새겨 넣었다”고 말했다.

스무 살에 새긴 문신이 빛을 발한 건 서른이 넘어서였다. 20대를 드림투어와 KLPGA투어를 오가면서 보낸 배소현은 31세이던 지난해 5월 E1 채리티오픈에서 생애 첫 KLPGA투어 우승을 일궜다. KLPGA투어 출전 154번째 대회 만에 이뤄낸 첫 승이었다. 배소현은 그해 8월 더헤븐 마스터즈와 9월에 끝난 KG 레이디스 오픈까지 제패하며 3승을 올렸다. 10년 넘게 ‘무명(無名)’이던 배소현은 “‘어떻게 버텼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데, 솔직히 나 스스로는 별 생각이 없었다. 나는 ‘계단형 선수’와 같다. 한 번 상승한 뒤 한동안 발전이 없다가 다시 상승하길 반복했다”면서 “나도 하루하루 감정 기복이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목표를 세운 뒤 꾸준히 밀고 나가는 끈기가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3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른 배소현은 올 시즌 전반기에는 다소 부진했다. 14개 대회에 참가해 ‘톱10’에 단 두 차례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배소현은 “작년 좋은 성적을 냈던 건 필요한 순간에 집중력을 극대화한 덕분이었다”며 “올해 전반기엔 과정에 집중하기보다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반기 후 2주간의 휴식기가 배소현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배소현은 이 기간에 열린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 디 오픈을 보러 북아일랜드로 날아갔다. 배소현은 “하루 종일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과 경기를 보면서 내가 골프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3일 끝난 KLPGA투어 후반기 첫 대회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4승을 이뤄냈다. 배소현은 “골프 선수가 된 후 난생처음 부상이 아닌데 골프채를 놓은 시기였다. ‘생각이라도 정리해 보자’란 마음으로 디 오픈을 보러 갔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면서 내 골프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됐다”고 했다.

오로라월드 대회 우승은 배소현에게 또 다른 자신감도 줬다. 처음으로 4라운드(72홀) 대회를 우승했기 때문이다. 배소현은 “지난해 3승을 했지만 모두 3라운드(54홀) 대회였다. 메이저대회인 KB금융스타챔피언십 등에서 3라운드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다 최종일에 흔들려 우승을 놓치곤 했다”며 “30대가 돼서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 불안감을 털 수 있게 해준 감사한 대회”라고 했다.

지난주 제주에서 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를 건너뛴 배소현은 14일 시작하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그의 메인 후원사가 주최하는 대회다. 배소현은 “메디힐 대회와 29일 시작하는 타이틀 방어전인 KG레이디스 오픈, 후반기 남아 있는 메이저대회 등 욕심나는 대회가 정말 많다”며 “차분하게 잘 준비해서 시즌 시작 전 목표로 잡았던 ‘다승(2승 이상)’을 이뤄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지난 시즌 받았던 ‘MIP(기량발전상)’를 다시 한 번 받고 싶다. 여러 매체에 소속된 기자분들이 한 시즌 가장 빛났던 선수라고 인정해 주는 상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배소현#KLPGA투어#골프#우승#메이저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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