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시비옹테크(왼쪽)와 혼합복식 파트너 카스페르 루드. 뉴욕=AP 뉴시스
빵집 사장은 쉴 틈이 없다.
테니스 여자 단식 세계랭킹 2위 이가 시비옹테크(24·폴란드)가 이 사실을 또 한 번 증명했다.
시비옹테크는 18일 오후 8시(현지 시간) 신시내티 오픈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고 취재진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12시간이 지난 19일 오전 8시에는 US 오픈 혼합 복식 1회전을 앞두고 몸을 풀었다.
시비옹테크는 “우승하고 이렇게 바쁘게 움직인 게 처음이다. 우승 기념사진을 찍고 시간도 지나지 않아 비행기를 탔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바로 다음 일정이 있으니까 게으름을 피울 틈이 없어 좋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개인 처음으로 신시내티 오픈 정상을 차지한 이가 시비옹테크. 사진 출처 대회 홈페이지
신시내티에서 뉴욕은 비행기로 약 두 시간 거리다. 자정 무렵에야 뉴욕에 도착했던 것.
시비옹테크와 짝을 이뤄 US오픈에 출전한 카스페르 루드(27·노르웨이·12위)는 반신반의 상태였다.
루드는 뉴욕에서 TV로 시비옹테크의 결승 경기를 보면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사이 시비옹테크 코치진에게 ‘내일 아침에 경기할 수 있는 거냐’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루드는 “거짓말하지 않겠다. 솔직히 시비옹테크가 못 오는 줄 알았다”면서 “진짜 이렇게 부지런한 선수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US오픈 혼합복식 준결승에 오른 이가 시비옹테크(왼쪽)와 카스페르 루드. 사진 출처 대회 홈페이지
결과도 좋았다.
두 선수는 이날 1회전에서 프란시스 티아포(27·미국·17위)-매디슨 키스(20·미국·6위) 조를 2-0(4-1, 4-2)으로 제압했다.
이어 열린 8강전에서도 로렌초 무세티(23·이탈리아·10위)-캐서린 맥널리(24·미국·87위) 조에 똑같이 2-0(4-1, 4-2) 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시비옹테크는 “혼합복식은 단식만큼 격렬하게 뛰지 않아도 되니까 오히려 즐기면서 했다”고 말했다.
루드-시비옹테크 조는 이번 대회 1번 시드를 받은 잭 드레이퍼(24·영국·5위)-제시카 페굴라(31·미국·4위) 조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루드는 “시비옹테크는 오늘 밤 마음껏 잘 권리가 있다”며 웃었다.
US오픈 혼합복식에 짝을 이뤄 출전한 카를로스 알카라스(왼쪽)와 에마 라두카누. 사진 출처 대회 홈페이지
US 오픈은 올해부터 혼합복식 우승 상금을 20만 달러(약 2억8000만 원)에서 100만 달러(약 14억 원)로 올리면서 남녀 단식 전문 선수들 참여를 독려했다.
또 6게임을 따야 한 세트를 따는 경기 진행 방식도 4게임 기준으로 바꿨다.
실제로 단식 전문 선수 참가도 늘었다.
신시내티 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2위)도 시비옹테크와 같은 전세기를 타고 뉴욕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절친’ 에마 라두카누(23·영국·35위)와 짝을 이뤄 1회전에 나섰지만 드레이퍼-페굴라 조에 0-2(2-4, 2-4)로 완패했다.
이가 시비옹테크 승리 기록을 빵에 비유한 팬 아트. 소셜미디어 캡처
테니스에서는 상대(팀)에게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보통 6-0으로) 승리했을 때는 베이글, 한 게엠만 내줬을 때는(6-1) 브레드스틱이라고 부른다.
시비옹테크는 유독 이런 게임이 많아 국내외 테니스 팬 사이에서 ‘빵집 사장’으로 통한다.
시비옹테크는 올해 윔블던 결승에서도 어맨다 아니시모바(24·미국·9위)에게 ‘더블 데이블’ 그러니까 6-0, 6-0 승리를 거뒀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