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가 25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은 뒤 두 팔을 벌려 갤러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앞선 163차례의 PGA투어 대회에서 준우승만 6번 했던 플리트우드는 164번째 출전 대회이자 30명만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투어 챔피언십에서 감격적인 첫 승을 따냈다. 애틀랜타=게티이미지
“끈기 있게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기쁘다.”
토미 플리트우드(34·잉글랜드)는 2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 골프클럽(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PO)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이렇게 말했다.
플리트우드는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8언더파 262타로 패트릭 캔틀레이(33·미국), 러셀 헨리(36·미국·이상 15언더파 265타) 등 공동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렸다. 30명만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PGA투어 우승을 따낸 플리트우드는 1000만 달러(약 139억 원)의 상금을 받았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우승 확정 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18번홀 그린에서 기다리고 있던 양아들 오스카와 진한 포옹도 나눴다. 플리트우드는 활짝 웃었지만, 아들은 눈물을 훔쳤다.
플리트우드는 이번 대회 전에도 이미 세계적인 골퍼였다. DP월드투어(옛 유럽투어)에서 7차례 정상을 차지했고, PGA투어에 진출해서도 163번 출전해 톱5에 30회, 톱10에는 44회나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세계랭킹 10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PGA투어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준우승만 6차례 한 그에게는 ‘우승 없이 가장 많은 상금을 번 선수’라는 조롱 섞인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플리트우드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내 스토리는 끈기와 노력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패배 이후에도 다시 일어나 도전하고, 계속 노력했다. 다시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해 샷을 연마했다”며 “매번 기회를 놓치거나, 다른 선수에게 졌을 때도 늘 다시 그 자리에 서고 싶다고, 또 다른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해 왔다. 오늘은 그런 노력이 통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다 잡은 듯했던 우승을 놓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6월 열린 시그니처 대회(특급 대회)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이 대표적이다. 최종라운드 17번홀까지 한 타를 앞섰던 그는 마지막 홀 보기를 범하며 버디를 낚은 키건 브래들리(39·미국)에게 역전패했다. 이달 초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 주드 챔피언십에서도 우승 경쟁을 벌이다 연장전 끝에 공동 3위에 그쳤다.
보통 선수라면 제풀에 무너질 법도 했다. 하지만 ‘긍정의 아이콘’인 플리트우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대회장으로 나와 최선의 플레이를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164번째 PGA투어 출전 대회 만에 그토록 기다리던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플리트우드는 “사람마다 영감을 주는 방식은 다르지만 내 이야기는 정상에 서기 위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려고 노력한 이야기”라며 “스포츠에서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어려운 패배 후에도 다시 두드리고 도전하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동료인 셰인 로리(38·아일랜드)는 “플리트우드는 여러 차례 넘어졌지만 언제나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고 했다.
우승상금 1000만 달러 ‘잭팟’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토미 플리트우드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출처 PGA투어 X플리트우드는 “우승을 했든 못 했든 내가 쌓아온 커리어 자체에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오늘 우승했다고 이 사실이 바뀌진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오늘의 우승이 앞으로 다가올 승리 중 첫 번째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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