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년 차 한화 문현빈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호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고 있다. 문현빈은 “책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기 때문에 야구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신인급 선수들은 운동장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경쟁하듯 줍곤 한다.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고교 시절 ‘목표 달성표’를 작성하면서 ‘운(運)’ 항목에 쓰레기 줍기를 써넣었다는 게 알려진 뒤 생긴 일이다. 오타니는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행운을 줍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가 운을 불러오는 습관으로 꼽은 또 한 가지가 ‘독서’다. 한국프로야구 대표 독서광으로 한화 3년차 외야수 문현빈(21)을 꼽을 수 있다. 문현빈은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된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까지 없앴다. 문현빈은 “SNS를 하니까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만 계속 쳐다보고 있더라”면서 “SNS를 끊으니 책 읽을 시간도 늘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독서 습관이 문현빈에게 행운도 가져다줬을까.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에서는 경기 후반 승부처에 강한 ‘클러치 타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운이 좋은 타자가 있을 뿐’이라는 접근법을 취한다. 이렇게 보면 문현빈에게는 확실히 운이 따랐다.
문현빈은 키움과 맞붙은 26일 고척 방문경기에서 1-1 동점이던 9회초 결승 홈런(1점)을 쏘아 올렸다. 문현빈은 그러면서 이날까지 시즌 홈런 12개 중 5개(41.7%)를 9회에 기록했다. 9회 이후 홈런을 가장 많이 친 타자가 문현빈이다. 이날 홈런을 포함해 문현빈은 7회 이후에 홈런을 총 10개 쳤다.
문현빈은 또 7회 이후에 OPS(출루율+장타율) 1.178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7회 이후에 3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가운데 OPS 1위다. 문현빈은 7회 이후 149타석에 들어섰다. 7회 이후에 양 팀이 1점 차 이내 접전을 벌이고 있을 때 문현빈의 OPS는 1.319까지 오른다. 요컨대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클러치 타자가 바로 문현빈이다.
문현빈은 야구 선수치고는 체구(174cm·82kg)가 작은 편이다. 대신 온몸이 탄탄한 근육질인 데다 플레이 스타일도 야무져 북일고 재학 시절부터 ‘문돌멩이’로 통했다. 여기에 독서로 ‘마음 근육’까지 단단해지면서 ‘문거석(文巨石)’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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