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7일 열린 미국과의 방문 평가전 전반 18분에 선제골을 넣은 뒤 대표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한국은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북중미의 강호 미국을 2-0으로 꺾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33·LA FC)이 팀을 잘 이끌어줘서 다른 선수들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56)은 7일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방문 평가전을 2-0 승리로 장식한 뒤 ‘주장’ 손흥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2026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에 완승을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 미국은 지난해 7월 홍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국(23위)이 상대한 팀 중 가장 FIFA 랭킹이 높다. 홍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이 득점은 물론이고 1차 수비 저지선 역할까지 해줬다. 오늘 승리는 우리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부터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최장수 캡틴’ 손흥민은 미국전을 앞두고 ‘주장 교체설’에 휩싸였다. 지난달 홍 감독이 9월 A매치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주장이 변경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전에서 주장으로 선발 출격한 손흥민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전반 18분 동갑내기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의 침투 패스를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10년 넘게 대표팀 생활을 함께한 손흥민과 이재성의 호흡이 빛난 골이었다. 역대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득점 2위 손흥민은 통산 52호 골을 기록해 이 부문 1위인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72)의 기록(58골)에 6골 차로 다가섰다.
손흥민은 전반 43분엔 이동경(28·김천)의 추가 골에 도움을 올렸다. 페널티박스로 파고든 손흥민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상대 골키퍼를 피하면서 공을 살짝 내줬고, 이동경이 침착하게 왼발로 밀어 넣어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후반 18분 팀의 전술적 변화에 맞춰 교체됐다.
손흥민은 경기 후 “항상 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플레이하고 있다. (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토트넘(잉글랜드)을 떠나 로스앤젤레스(LA) FC에 입단한 손흥민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경기에 나설 때마다 한인 팬들로부터 뜨거운 응원을 받고 있다. 이날도 많은 한인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대∼한민국!”을 외치며 안방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손흥민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감독님(53·아르헨티나)이 내게 ‘(여기가) 한국인 줄 알았다’며 농담을 하셨다”고 전했다. LA FC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을 상대로 골을 넣은 손흥민의 소식을 전하며 박수 이모티콘을 남겼다. MLS 사무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LA FC의 슈퍼스타 손흥민이 미국 축구 대표팀을 괴롭혔다”고 전했다.
과거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세계적 공격수로 성장시킨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은 내 아들(Son)과 같은 선수”라면서 “우린 오늘 세계적 공격수 중 한 명인 손흥민을 상대했다”고 말했다. 2019년 토트넘을 떠난 포체티노 감독은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과 첼시(잉글랜드) 사령탑을 거쳐 지난해부터 미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모처럼 재회한 둘은 킥오프 전에 포옹을 하며 인사했다.
홍 감독은 북중미의 강호 미국을 상대로 최후방에 중앙 수비수 3명을 둬 수비를 두껍게 한 뒤 윙백들의 공격 가담으로 역습을 노리는 ‘스리백’ 전술을 실험했다. 한국은 후반전 들어 미국의 공세에 고전했으나 끈끈한 수비와 골키퍼 조현우(34·울산)의 선방 덕에 무실점 승리를 이뤄냈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는 후반 18분 교체 투입돼 외국 태생 혼혈 선수 최초로 한국 남자 대표팀의 A매치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수비형 미드필더 카스트로프는 적극적 수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홍 감독은 “모든 선수가 몸을 아끼지 않고 승리를 위해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봤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은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멕시코(FIFA 랭킹 13위)를 상대한다. 멕시코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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