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다시 뭉친 신영철·전광인 “이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8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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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OK저축은행에서 다시 뭉친 신영철 감독(왼쪽)과 전광인이 4일 경기 용인시 OK저축은행 연습체육관에서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두 사람의 목표는 OK저축은행을 2025~2026시즌 리그 정상에 올려놓는 것이다. 용인=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전)광인이가 공을 때리는 걸 처음 보고 ‘외국인 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이미 확신이 섰다. 얘만 오면 팀 성적이 달라지겠구나.”

경기 용인시 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최근 만난 신영철 프로배구 남자부 OK저축은행 감독(61)은 전광인(34)에 대한 12년 전 기억을 끄집어내며 흐뭇한 미소를 감출 줄 몰랐다. 신 감독은 한국전력 사령탑이던 2013~2014시즌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순위로 전광인을 지명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전광인은 LIG손해보험을 상대로 치른 프로 데뷔전에서 팀 내 최다득점(24점)을 기록했다. 첫 경기부터 팀을 승리로 이끈 전광인은 “‘야, 벌써 작년의 반 했다’는 형들의 농담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한국전력은 직전 시즌 정규리그에서 2승 28패에 그쳤다.

전광인을 품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광인은 프로 첫 해 국내 선수 중 최다인 616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천군만마를 얻은 신 감독은 2014~2015시즌 한국전력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으며 구단 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그렇게 네 시즌을 함께한 두 사람은 신 감독이 2017년 팀을 떠나며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전광인도 그다음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로 이적했다. 그리고 8년이 흘러 두 사람은 OK저축은행에서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3월 OK저축은행 감독에 부임한 신 감독이 팀을 재건하면서 전광인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이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지난 시즌 밑바닥에 머물렀던 OK저축은행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신 감독은 V리그 통산 최다승(296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대한항공, 한국전력, 우리카드 모두 예외 없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신 감독이 ‘봄 배구 전도사’로 통하는 이유다. 여기에 믿을 만한 ‘장기 말’ 전광인까지 곁에 두게 됐다.

두 사람은 한국전력을 끝난 뒤에도 인연을 이어갔다. 우리카드 지휘봉을 내려놓고 야인 생활을 하던 신 감독은 올해 4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챔피언 결정 1차전을 앞두고 전광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가 아마 결정적인 역할을 할 거다. 포기하지 말고 몸 관리 잘하고 있어라. 결국 부름을 받을 거다.” 말이 씨가 되듯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내내 주력으로 기용하던 신펑(25·중국) 대신 전광인을 선발로 투입했다. 전광인은 공수 양면에 걸쳐 활약하며 팀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눈빛만 마주쳐도 몸 상태까지 알 수 있다는 두 사람의 시선은 이제 ‘OK저축은행의 부흥’을 향한다. 새 시즌부터 부산에 새 둥지를 트는 OK저축은행은 비시즌 선수단 물갈이를 통해 전력 강화에 나섰다. 신 감독은 “새 시즌을 준비하며 주전 80%가 바뀌었다. 외국인 공격수도, 세터도, 아웃사이드 히터도 새 얼굴”이라며 “기본 실력은 갖춘 선수들이니 내가 전술·전략만 잘 짜면 된다”고 했다.

어느덧 베테랑이 된 전광인은 “‘머털도사’도 10년이 넘은 별명이다. 형들이 지어줬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새는 형들도 그렇게 안 부른다”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마지막 배구 인생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고 했다. 신 감독은 “욕심 같아서는 (전)광인이가 리시브까지 리베로급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전광인은 “항상 강팀을 언급할 때면 현대캐피탈이나 대한항공 이름이 먼저 나오곤 했다. 이제는 OK저축은행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팀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영철 감독은 “이제 OK저축은행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무너지는 걸 넘어 탄탄대로를 걷지 않을까. 승리로 증명하겠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 강조했다.

#전광인#신영철#OK저축은행#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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