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다시 뭉친 ‘한전 사제’… “이젠 OK저축銀 우승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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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배구 전도사-머털도사 다시 한솥밥
12년전 신인드래프트 1순위 ‘인연’… ‘부산 새 둥지’ OK저축銀서 새 시즌
신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 증명할것”
전 “마지막 배구인생을 후회없도록…”

8년 만에 OK저축은행에서 다시 뭉친 신영철 감독(왼쪽)과 전광인이 경기 용인시 OK저축은행 연습 체육관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주먹을 불끈 쥔 두 사람의 목표는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OK저축은행을 2025∼2026시즌 V리그 정상에 올려놓는 것이다. 용인=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8년 만에 OK저축은행에서 다시 뭉친 신영철 감독(왼쪽)과 전광인이 경기 용인시 OK저축은행 연습 체육관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주먹을 불끈 쥔 두 사람의 목표는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OK저축은행을 2025∼2026시즌 V리그 정상에 올려놓는 것이다. 용인=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제 OK저축은행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승리로 증명하겠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경기 용인시 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최근 만난 신영철 프로배구 남자부 OK저축은행 감독(61)은 새 시즌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팀이 부산에 새 둥지를 트는 2025∼2026시즌을 앞두고 OK저축은행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선수단 물갈이를 통해 전력 강화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현대캐피탈에서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34)을 데려온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한국전력 사령탑으로 부임한 신 감독은 2013∼2014시즌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순위로 성균관대 졸업반이던 ‘머털도사’ 전광인을 지명했다. 신 감독은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띤 채 “(전)광인이가 공을 때리는 걸 처음 보고 ‘외국인 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만 오면 팀 성적이 달라지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2012∼2013시즌 내내 단 2승(28패·승점 7)에 그쳤던 한국전력은 2013∼2014시즌 전광인의 활약을 앞세워 7승 23패(승점 24)를 기록했다. 전광인은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616점)를 하며 신인상을 탔다. 한국전력은 2014∼2015시즌에는 승점 65(23승 13패)로 3위를 하면서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 무대까지 밟았다.

지난 시즌 승점 27(7승 29패)로 남자부 7개 팀 중 최하위에 그친 OK저축은행 역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OK저축은행은 그 첫 단계로 V리그 사령탑 최다승(296승) 기록 보유자이자 ‘봄 배구 전도사’로 통하는 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또 신 감독이 전광인을 다시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전력 지휘봉을 내려놓은 2017년 이후 8년 만에 전광인과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된 신 감독은 “욕심 같아서는 광인이가 서브 리시브까지 리베로급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웃었다.

V리그 대표 ‘공수 겸장’ 선수로 평가받는 전광인은 현대캐피탈 소속이던 지난 시즌 데뷔 후 최소인 108득점에 그쳤다. 공격력이 빼어난 아시아쿼터 선수 신펑(24·중국)에게 밀려 출전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전광인의 도움을 크게 받지 않고도 승승장구하며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직행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전광인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우리카드 사령탑에서 내려와 ‘야인’ 생활을 하던 신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과 맞붙은 챔프전 1차전을 앞두고 전광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거다. 포기하지 말고 몸 관리 잘하고 있어라. 결국 부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의 예상대로 현대캐피탈은 전광인을 1차전 선발로 투입했다. 전광인은 전성기처럼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공수 양면에 걸쳐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전광인은 챔프전 내내 선발로 나섰고 현대캐피탈은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다고 새 시즌 주전 자리가 보장된 건 아니었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전광인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신호진(24)과 유니폼을 바꿔 입고 OK저축은행에 입단했다. 전광인은 “‘머털도사’도 10년이 넘은 별명이다. 형들이 지어줬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새는 형들도 그렇게 안 부른다”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새 팀에서 마지막 배구 인생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고 했다.

눈빛만 봐도 몸 상태까지 알 수 있다는 두 사람의 시선은 이제 같은 곳을 향한다. 전광인은 “항상 강팀을 언급할 때면 현대캐피탈이나 대한항공 이름이 먼저 나오곤 했다. 이제는 OK저축은행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팀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V리그#현대캐피탈#OK저축은행#신영철 감독#전광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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