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동아시안컵서 맹활약한 이동경에 쓴소리
월드컵 본선 참가 꿈 이루려면 더 노력해야 자극
동아시안컵 당시 맹활약한 이동경.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대회 후 그에게 쓴 소리를 전했다. 뉴스1
시즌 막바지로 향하는 2025시즌 K리그1 최고의 공격수를 꼽으라면 이동경을 빼놓을 수 없다. 김천상무 전방을 이끌고 있는 그는 각종 공격 지표에서 최상위권에 이름 올리고 있다.
득점 부문은 10골로 전진우(전북/14골), 싸박(수원FC) 이호재(포항) 주민규(대전/이상 13골) 등에 이어 9위다. 어시스트는 ‘대구의 왕’ 세징야(10개)에 이어 9개로 2위다. 그리고 득점과 도움을 더한 ‘공격 포인트’ 부분에서는 18P로 세징야, 전진우(이상 16P)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뽑힌 것도 9회로 주민규(8회), 전진우(7회)보다 많은 최다이고 평균 경기 평점에서도 세징야와 아론(대전)과 함께 가장 높은 7.4점을 기록 중이다. 슈팅 시도 역시 94회로 2위 린가드(74회)를 크게 앞서고 유효슈팅(42회)도 안양 마테우스(40회)보다 많다.
부상이나 기복 없이 꾸준하게 몫을 해내고 있다는 것도 높이 칭찬할 일이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동경은 올 시즌 30라운드 내내 필드를 밟았다.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 전 경기 출전은 이동경과 포항 전민광, 전북 송범근 단 3명만 이어가고 있는 기록이다.
이동경은 골과 도움을 합친 공격 포인트 부문 1위를 달리는 등 올 시즌 K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처럼 K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이동경은 지난여름 국내파 중심으로 구성된 홍명보호의 공격수로 발탁돼 동아시안컵에 참가했다. 그리고 중국과의 1차전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대회 1호골을 뽑아내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소화했다. 유럽파가 없던 상황에서 사실상 에이스급 존재감을 보였다. 그런데 대회가 끝날 때 홍명보 감독에게 쓴소리를 들었다,
대표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대회가 끝나고 선수단을 해산할 때 홍명보 감독이 이동경을 불러 혼을 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 큰 발전을 끌어내기 위한 냉정한 채찍이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동경이 K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지만, 사실 동료들의 많은 지원 속에 공격에만 집중했던 영향이 있었다. 수비에 대한 부담 없이 공격만 신경 쓰는, 반쪽짜리 형태가 많았다”면서 “홍 감독도 그런 부분을 짚었다. 수비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공격력도 지금보다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수준으로는,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드는 것이 쉽지 않은 까닭”이라고 전했다.
이동경이 뛰는 2선 공격수 포지션은, 특히 날개 위치는 대표팀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손흥민과 이강인, 이재성 등 입지가 단단한 선수부터 배준호, 정상빈 등 젊은 피 그리고 지난 9월 A매치 때는 제외됐으나 경험이 풍부한 황희찬까지 그야말로 카드가 차고 넘친다.
출중한 능력을 갖춘 이동경이 아예 발탁되지 못하거나 뽑히더라도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던 이유다. 그래서 더더욱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데, 이동경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알고 있는 홍 감독은 일부러 자극제를 투입했다.
커리어 첫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이동경. 꿈을 이루러면 지금에 안주해선 안 된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동경이 경쟁해야하는 포지션의 선수들이 쟁쟁하다. K리그 최고 선수라는 것에 만족하고 안주한다면, 월드컵 본선이란 꿈은 또 멀어질 수 있다”면서 “홍 감독도 이동경을 위해, 또 팀 내부의 경쟁을 위해 칭찬보단 쓴소리를 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자극이 통한 것일까. 이동경은 유럽파를 포함해 최정예 멤버가 소집된 9월 A매치 일정 때도 대표팀에 발탁됐고 미국과의 경기에서 감각적인 힐킥으로 득점에 성공, 2-0 승리에 기여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K리그에서의 활약도 여전하다. 그는 지난 주말 선두 전북과의 30라운드 원정에서 환상적인 코너킥으로 1도움을 올리며 2-1 승리에 기여했다. 비록 경기 막판 PK를 놓친 것은 아쉬움이 남으나 전체적으로 빼어난 공격력으로 선두 격침을 이끌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던 그는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도 2경기밖에 뛰지 못하면서 또 좌절하는 듯했다. 하지만 여름 동아시안컵을 기점으로 조금씩 희망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최근의 왼발 감각이라면 오히려 유럽파가 긴장해야 한다.
2018년 K리그에 데뷔한 이동경은 2025년 이미 커리어 하이 기록을 남기고 있다. 당근을 받아 마땅한 성적이다. 그러나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홍 감독의 지적처럼, 아직 ‘만족’을 말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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