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내년부터 ‘로봇심판’ 도입…KBO와 다른 점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4일 14시 24분


코멘트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도중 전광판에 뜬 볼·스트라이크 자동판정시스템(ABS) 판독 그래픽. 피닉스=AP 뉴시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마침내 ‘로봇 심판’을 콜업했다.

MLB 경기위원회는 2026시즌부터 볼·스트라이크 자동판정시스템(ABS)을 도입하기로 24일 결정했다. MLB 경기위원회는 선수 4명, 구단주 6명, 심판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MLB 사무국은 2019시즌부터 마이너리그 도움을 받아 ABS를 테스트했고 올해는 시범경기와 올스타전에 ABS를 시범 도입해 선수, 구단, 심판,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스프링캠프 시범 도입 이후 설문에서 야구팬 72%는 ‘로봇심판이 리그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모든 스트라이크 판정을 ABS로 하는 한국프로야구와 달리 MLB는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이의가 있을 때 판독을 신청하는 ‘챌린지’ 방식이다.

각 팀은 경기마다 두 번 판독을 신청할 수 있고 연장전 때는 이닝마다 판독권을 1회 보장받는다.

올해 MLB 시범경기 도중 구심이 ABS 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피닉스=AP 뉴시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선수들이 모든 볼 판정을 기계에 맡기는 것보다 판정에 이의가 있을 때만 판독을 신청하는 챌린지 방식을 선호했다. 이게 오늘 발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프로야구는 2024시즌부터 1군 경기에 ABS를 도입했다.

심판은 ABS 판정 결과를 오디오로 듣고 그대로 볼·스트라이크 신호만 취한다.

인간이 기계의 볼 판정에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이후 그라운드 안에서 투수나 타자가 판정에 대해 심판에게 불만을 표시하거나 얼굴을 붉히는 장면이 사라졌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KT 강백호가 6회 2사 만루 상황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타석에 주저앉아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뉴스1
반면 MLB는 심판에게 여전히 볼·스트라이크를 판정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대신 벤치가 아닌 투수, 포수, 타자만 ABS 판독을 신청할 수 있다.

MLB 사무국이 마이너리그 트리플A 레벨에서 수집한 표본에 따르면 올해 판독 요청으로 볼 판정을 뒤집은 경우는 49.5%였다.

그중 타자(45%)보다는 포수(53.7%)가 요청한 판독의 성공률이 높았다.

판독 요청은 비율은 풀카운트에 가까워질수록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초구에 판독을 신청한 비율은 1.6%에 그쳤다.

반면 2스트라이크 이후 3.9%, 3볼 이후 5.2%, 풀카운트는 8.2%로 늘었다.

이닝별로도 1~3회는 1.9%, 4~6회는 2.5%, 7~회는 2.8%, 9회는 3.6%로 늘었다.

조시 스미스(텍사스)가 올해 시범경기 도중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헬멧을 손으로 만지며 ABS 판독을 요청하고 있다. 스트라이크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애리조나=AP 뉴시스
판독 요청은 볼 판정이 나오고 2초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선수는 모자나 헬멧을 쳐 판독을 신청한다.

판정이 뒤집히면 판독권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MLB는 판독 신청이 접수되면 ‘호크아이’ 기술로 공이 지나간 정확한 위치를 보여주는 판정 그래픽을 경기장 전광판에 띄워 선수, 관중이 함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프로야구는 태블릿 PC를 통해 그래픽을 제공하고 있다.

MLB가 ABS 전면 도입 대신 부분 도입을 택한 이유는 그동안 빅리그에서 적용해 온 ‘스트라이크 존’과 ABS가 기준으로 삼는 야구 규칙의 ‘스트라이크 존’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야구 규칙은 사각형의 가상 존을 기준으로 삼지만 100년 넘게 인간 심판이 사용한 기준은 스트라이크 존 꼭짓점 쪽은 볼로 판정하는 타원형에 가깝다.

인간 심판이 판정한 MLB 스트라이크존(왼쪽)과 ABS 시스템이 판정한 트리플A 스트라이크존(하늘색 부분)을 비교하면 인간 심판은 꼭짓점 부분이 둥근 타원 형태에 가까운 반면 ABS는 사각형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conormclaughlin.net 캡처
한국프로야구에서도 ABS의 구조적 한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도입 초반 ‘구장마다 ABS 존에 편차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또 모든 선수가 저마다 타격 폼이 다르지만 ABS는 선수들이 무릎을 펴고 똑바로 선 신장을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MLB 경기위원 중 한 명인 오스틴 슬레이터(뉴욕 양키스)는 “30개 구단 중 22개 구단에서 로봇 심판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고 선수 위원 4명 중 3명, 구단주들은 모두 찬성했다”며 “어떤 기술이라도 정확도 100%를 보장할 수는 없다. 기술에 설령 미세한 결점이 있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생기는 오차는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