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에 취하지 않겠다”던 KIA, PS 좌절 엔딩…반복된 챔피언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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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경기 관계없이 가을야구 불발…‘통합 챔프’ 8번째 수모
부상자 속출에 고전…팀 전체 동기부여 떨어졌다는 지적도

KIA 타이거즈. / 뉴스1 DB
KIA 타이거즈. / 뉴스1 DB
KIA 타이거즈가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일군 뒤 반복했던 다짐은 ‘우승에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2000년대 ‘KIA’의 이름으로 우승할 때마다 겪었던 부침을 이번만큼은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였다.

하지만 ‘디펜딩 챔프’로 맞이했던 KIA의 2025 시즌은 이번에도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압도적 1강’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우승 경쟁에선 일찌감치 멀어졌고, 5위 싸움에서도 밀려나 가을야구 무대조차 밟지 못하게 됐다.

지난 25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에서 KT 위즈가 SSG 랜더스를 10-1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8위 KIA(63승4무71패)는 5위 KT(70승4무66패)의 승리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KIA가 남은 6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5위 KT가 잔여 4경기를 전패해도 KIA가 KT를 따라잡을 수 없다.

시즌 전만 해도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결과였다. KIA는 작년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일군 팀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단일 시즌이 도입된 1989년 이후 전년도 통합 우승팀이 이듬해 포스트시즌 문턱도 밟지 못한 건 이번이 8번째 사례다.

KIA에 앞서 1991년 LG(6위), 1996년 OB(8위·최하위), 1998년 해태(5위), 1999년 현대(양대리그, 승률 기준 5위), 2005년 현대(7위), 2010년 KIA(5위), 2021년 NC(7위)가 직전 시즌 통합 우승 후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KIA가 8위 이하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1996년 OB(현 두산) 이후 29년 만에 가장 크게 곤두박질친 불명예의 역사를 재현하게 된다.

KIA는 시즌 개막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비시즌 불펜투수 장현식(LG 트윈스)이 FA로 이적했지만, 키움 히어로즈에서 구원왕 출신의 불펜투수 조상우를 영입했다.

또 소크라테스 브리토 대신 빅리그 통산 88홈런에 빛나는 패트릭 위즈덤과 계약했고, 에이스 제임스 네일과 재계약했다.

타선도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김도영을 필두로 최형우, 나성범, 박찬호 등 주력 타자들이 건재해 빈틈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개막전부터 김도영이 부상을 당하는 등 시즌 내내 ‘부상 악령’에 시달린 것이 컸다.

KIA는 김도영을 시작으로 좌완 불펜 곽도규, 선발투수 윤영철과 황동하, 내야수 김선빈, 외야수 나성범 등이 줄줄이 이탈했다. 특히 40(홈런)-40(도루)에 가까운 성적을 냈던 김도영이 빠진 건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부상만으로 KIA의 부진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KIA는 전반기까지만 해도 김호령, 오선우, 고종욱, 성영탁 등 대체 선수들의 활약 속에 4위로 마감하며 ‘잇몸야구’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후반기 들어 KIA의 급격한 하락이 시작됐다.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크게 흔들리며 여러 차례 승리를 날려버리면서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KIA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주전급 외야수 최원준과 이우성을 NC로 보내고 김시훈, 한재승 등 불펜투수를 받아오며 뒷문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갔다. 최원준과 이우성이 NC에서 반등한 반면, 김시훈과 한재승은 이렇다 할 활약을 못 했다.

기대가 컸던 위즈덤도 많은 홈런에 비해 찬스에서 ‘영양가 있는’ 활약을 하지 못하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수비도 크게 삐걱였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불안한 모습이 반복됐으며 116개의 실책으로 두산 베어스(118개)에 이어 팀 실책 최다 2위였다.

후반기 KIA의 성적은 18승1무31패(0.367). 일찌감치 최하위를 확정한 키움, 후반기 급격한 부진을 겪은 롯데보다도 못한 성적을 냈기에 가을야구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일각에선 KIA가 우승의 단꿈에 취해 ‘동기부여’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선수가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을 냈고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분위기가 팽배한 데 따른 것이다.

KIA로선 억울한 비판일 수도 있겠으나, 성적으로 평가받는 프로의 세계에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KIA가 우승 후 추락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KIA는 2009년 통합 우승을 일군 다음 해엔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2017년 통합 우승 뒤에도 5위에 그쳤다. 2018년의 5위는 간신히 가을야구를 한 성적이었으나 만족스럽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우승을 일궜던 조범현, 김기태 감독은 결국 우승 이후 ‘장기 집권’을 하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역대 최초 ‘1980년대생 사령탑’으로 취임 첫해 정상까지 밟았던 이범호 감독에게도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KIA는 지난주부터 사실상 ‘총력전’을 포기하고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운영을 하고 있다. 투수 김태형과 내야수 박민, 외야수 정해원 등 어린 선수들이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도영을 비롯해 부상 선수들이 돌아올 내년 시즌의 KIA는 또 한 번 무시 못 할 전력일 수 있다. 다만 KIA의 전력이 ‘반짝’이 아닌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팀 내부적으로도 깊은 성찰과 체계적인 세대교체 등이 반드시 필요해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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