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KOFIH 공동 제정… “아프리카 보건 형평성 증진과 글로벌 팬데믹 대응에 큰 공헌” 수상 이유 밝혀
제 17회 ‘이종욱 기념 공공보건상’을 받은 헬렌 리스 교수(왼쪽 두 번째)가 테오도로 헤르보사 세계보건총회 의장,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하일수 KOFIH 이사장(왼쪽부터)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WHO 제공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이사장 하일수)은 제17회 ‘이종욱 기념 공공보건상’ 수상자로 헬렌 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WITS) 대학 의대 교수를 선정했다. 5월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8차 세계보건총회(WHA) 기간 중 개최된 시상식에서 리스 교수는 상패와 함께 상금 10만 달러를 받았다.
공공보건 시스템 강화에 기여한 보건 전문가 이종욱 기념 공공보건상은 고(故) 이종욱 WHO 전 사무총장의 공공보건 분야 헌신을 기리고 그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2008년 WHO와 KOFIH가 공동 제정한 상으로, 매년 세계 공공보건 증진에 탁월한 기여를 한 개인 또는 기관에게 수여한다.
이종욱 기념 공공보건상 심사자문위원회는 “헬렌 리스 교수는 공공보건과 인구 집단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했고,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보건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형평성을 달성하는 데 앞장섰다”며 “특히 최근 몇 년간 전 세계가 직면한 건강 문제 해결에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리스 교수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정책과 공공보건 시스템 강화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보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아프리카 지역의 백신 공정 분배 촉진과 임상시험 윤리 확보, 보건 연구 품질 향상 등을 통해 글로벌 보건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17회 ‘이종욱 기념 공공보건상’을 수상한 헬렌 리스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의대 교수. ‘메드액세스(MedAccess)’ 홈페이지 캡처리스 교수는 1988년 남아공에서 발생한 홍역 유행 당시 예방 접종 개선 연구를 시작한 이후 여성 건강 정책을 개발하고, 위츠 RHI(WITS Reproductive Health and HIV Institute)를 설립해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주도했다. 현재 위츠 RHI는 매달 65만 명 이상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에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제공하는 등 남아공 보건의료의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리스 교수는 WHO 전략자문단(SAGE) 위원으로 활동하며 국제백신연구소(IV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글로벌 백신 정책과 공중보건 거버넌스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 정신에 부합하는 인물” 하일수 KOFIH 이사장은 이날 시상식 축사에서 “리스 교수의 업적은 전 세계 보건 형평성과 여성·소아 건강 증진에 헌신한 이종욱 박사의 정신과 완벽히 부합한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경을 초월한 공공보건 연대와 실천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스 교수는 수상과 함께 열린 수상자 기념 강연 및 토론회에서 팬데믹 대응 경험과 백신 형평성 확보 전략, 국제 협력을 통한 보건 형평성 실현 사례를 공유했다. 이후 마가렛 찬(Margaret Chan) WHO 전 사무총장, 제롬 킴(Jerome Kim)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등과 함께 감염병 대응과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미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리스 교수의 수상을 축하하며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WHO 등 국제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전 세계 공공보건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보건, ‘그의 꿈’은 계속된다 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1945~2006)
질병 퇴치와 빈민 구제에 헌신해 ‘아시아의 슈바이처’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WHO 제공“누구도 약을 구하지 못해서 목숨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도 병원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2006년 5월 22일 새벽, 세계보건총회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뇌출혈(뇌졸중)로 서거한 故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이 마지막 연설문에 남긴 메시지다. 한국인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이었던 그는 평생 ‘건강은 인류의 기본권이며, 모든 이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는 2003년 WHO 6대 사무총장에 취임한 후 HIV/AIDS, 결핵, 말라리아 등 감염병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국제 보건규칙(IHR) 개정과 담배규제협약(FCTC) 채택을 이끌며 세계 보건의 기준을 바꿨다. 특히 백신과 필수의약품의 형평성 있는 공급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도 적극 주도하며 세계 보건 불평등 문제를 국제사회 의제로 끌어올렸다. 그의 삶은 ‘영원한 WHO 사무총장 이종욱 평전(동아일보사)’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한국인 최초 국제기구 수장인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의 삶을 담은 ‘이종욱 평전’. 동아DB올해로 17회째를 맞은 이종욱 기념 공공보건상은 지금도 전 세계의 공공보건 현장을 지키는 수많은 ‘이종욱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통해 그의 정신과 철학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한편 WHO와 KOFIH는 내년 5월 이종욱 전 사무총장 서거 20주기를 맞아 공식 추모행사와 문화공연, 기념포럼, 이종욱 기념 공공보건상 시상식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