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끝을 향해 가는 조제 무리뉴 감독

  • 주간동아
  • 입력 2025년 9월 28일 0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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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해축] ‘AS 로마’ 명장에서 튀르키예 팀으로… 15개월 만에 다시 포르투갈행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SL 벤피카에 부임한 조제 무리뉴 감독. GETTYIMAGES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SL 벤피카에 부임한 조제 무리뉴 감독. GETTYIMAGES
‘스페셜 원’에서 ‘노멀 원’이 된 명장 조제 무리뉴의 직장이 또 바뀌었다. 이탈리아 AS 로마를 떠나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SK로 간 지 15개월 만이다. 점차 커리어의 끝을 향해 가는 무리뉴의 이번 행선지는 그가 2000년 지휘봉을 잡은 바 있는 조국 포르투갈의 SL 벤피카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중도 경질
무리뉴 감독은 로마에서 오랫동안 기회를 얻었고 팀의 전폭적 지원도 받았다. 그 결과 유럽 대항전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우승컵을 로마에 안겼다. 심판의 아쉬운 판정만 없었다면 UEFA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달성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승부 세계는 냉정했다. 세리에 A에서 로마가 거둔 미진한 성적 탓에 무리뉴 감독은 경질을 피할 수 없었다. 로마에서 퇴장은 일면 유럽 빅리그에서 퇴장과 같은 의미였다.

무리뉴 감독의 상징성과 업적, 야망을 고려하면 그가 갈 수 있는 팀은 제한적이다. 무리뉴 같은 거물이 강등 걱정에 시달리는 리그 하위권 팀을 맡기란 어려운 일이다. 거액 연봉 조건을 맞춰줄 팀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로마를 떠난 무리뉴의 행보는 충격적이었다. 그의 유럽 빅리그 다음 목적지가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였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의 축구 열기와 인프라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 다만 2004년부터 20년간 큰 무대에서만 놀던 거물로선 이례적 행보임에 분명했다.

튀르키예에서 축구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치·경제·지역이 얽히고설켜 권력과 돈을 앞세운 거대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도시 이스탄불 연고인 갈라타사라이 SK와 페네르바체의 경쟁은 상상 이상이다. 페네르바체는 2013∼2014시즌 리그 우승 후 준우승만 여섯 차례 기록하는 등 2인자에 안주하게 됐다. 2014년만 해도 두 팀의 리그 우승 횟수가 같았으나 현재까지 갈라타사라이는 리그 우승 트로피를 25개로 늘렸다. 2008∼2009시즌 이후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것도 페네르바체가 ‘특별한 감독’에 눈독을 들인 계기였다. 페네르바체로선 무리뉴 감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무리뉴도 자신을 위해 죄다 해줄 것 같은 팀을 택했다.

페네르바체와 무리뉴의 만남은 원대하게 시작했으나 끝은 그렇지 못했다. 무리뉴는 두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8월 중도 경질됐다. 페네르바체는 2023∼2024시즌 승점 3점 차로 갈라타사라이에 우승을 내준 바 있다. 그런데 무리뉴가 부임한 지난 시즌 승점 차는 11점으로 벌어졌다. UEFA 유로파리그에서 부진도 인내심이 부족한 구단 수뇌부의 마음을 흔들었다. 페네르바체는 리그 페이즈 마지막 경기에서 턱걸이로 16강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따냈다. 16강 PO에선 벨기에 안더레흐트에 승리했지만 16강에서 스코틀랜드 레인저스에 패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시즌은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행을 놓치면서 무리뉴의 감독직 유지가 불가능해졌다.

9월 16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SL 벤피카 홈구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에서 아제르바이잔 카라바흐 FK가 벤피카에 3-2로 승리했다. 뉴시스
9월 16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SL 벤피카 홈구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에서 아제르바이잔 카라바흐 FK가 벤피카에 3-2로 승리했다. 뉴시스
아제르바이잔 팀에 ‘충격적 패배’ 벤피카
페네르바체에서 경질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안 있어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가 무리뉴와 접촉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벤피카는 무리뉴의 경질을 촉발한 페네르바체의 챔피언스리그 PO 상대였다. 페네르바체를 꺾고 머니게임에 뛰어든 벤피카가 무리뉴를 감독으로 영입하려고 나선 것이다. 무리뉴는 9월 18일 벤피카와 2년 계약을 맺고 고국 포르투갈 무대로 복귀하게 됐다.

벤피카는 무리뉴가 감독으로 첫발을 내디딘 곳이다. 벤피카가 스포르팅 CP와 FC 포르투, FC 바르셀로나에서 기술 스태프로 일하던 무리뉴에게 프로팀 감독직을 처음 제안한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2000년 9월부터 12월까지 팀을 준수하게 이끌었다. 재임이 짧았던 이유는 당시 회장단 선거 결과 때문이다. 당시 새롭게 당선된 마누엘 빌라리뉴 회장이 새 감독 선임을 공약으로 내세운 터였다. 그는 훗날 무리뉴가 벤피카의 라이벌 포르투를 이끌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며 “무리뉴를 내보낸 것을 매일같이 후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리뉴는 포르투에서 2시즌 반 동안 리그 2회, 챔피언스리그 1회, UEFA 컵 1회 등 우승 실적을 냈다.

벤피카는 시즌 극초반 브루누 라지 감독을 경질하고 무리뉴에게 도움을 청했을 정도로 사정이 급하다. 2시즌 연속 리그 2위를 차지했거니와 이번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조기 탈락 위기감마저 있다. 가뜩이나 대진운이 안 좋은 상황에서 약팀으로 평가받던 아제르바이잔 카라바흐 FK에 패했다. 심지어 홈에서 말이다. 앞으로 첼시, 뉴캐슬 유나이티드, 바이엘 04 레버쿠젠, AFC 아약스, SSC 나폴리, 유벤투스, 레알 마드리드와 차례로 맞붙는 험난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여기서 벤피카를 살려낸다면 무리뉴 또한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08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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