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차별에 우리는 저항한다”
MIT의 차별 선언을 이끌어 낸 여성 과학자들
여성이 어떻게 주변화되는지를 수치로 증명한 16명의 교수
◇ The Hidden Women 숨겨진 여성들/케이트 제르니케 지음/544쪽·2만2000원·북스힐
공정과 평등이 우선시되어야 할 교육 현장에서 은밀하게 차별당하는 여성 교수들이 실제로 겪었던 일들을 엮은 책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저자 케이트 제르니케는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여성 교수 16명이 학교의 여성 차별 정책에 맞서 싸운 과정을 생생히 담아 여성들이 어떤 편견에 직면해 있는지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MIT 생물학과 교수 낸시 홉킨스를 비롯한 여성 교수들은 미래에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원이 될 만큼 뛰어났지만, 같은 직급의 남성 교수와 비교해 종신 교수 숫자가 적었으며 월급 또한 낮았다. 연구실 공간의 크기도 남자 교수의 연구 공간보다 2배 이상 작았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한정된 자원을 두고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었음에도, 당시 그것이 차별이라고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 경험이 쌓인 여성 교수들은 남성 동료와 여성 동료가 대우받는 방식에 분명한 차별이 있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낸시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16명의 여성 교수와 함께 연대해 해결책을 찾는다. 지극히 과학자답게 ‘연구실 크기’와 ‘급여 내역’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학교의 차별을 정량 수치로 제시한다. 남성 교수보다 작은 공간의 연구실을 배정받았고, 같은 직급의 남성 교수보다 월급이 적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세계적인 명문대 MIT 전반에 퍼져 있던 여성 차별의 구조적 패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전 세계 과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여성 연구진에게 만연하게 행해졌던 불평등 처우에 개선 논의가 활발해졌고 이후 여러 기관과 단체의 광범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차별은 종종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더 파괴적이고 폭력적이다. 완전한 평등을 위한 오랜 투쟁에서 용감하고 뛰어난 여성 과학자들이 연대해 거둔 승리는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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